동네 어귀 빈터에서 올해 처음으로 코스모스를 봤다.
가을의 전령사 같은 코스모스, 너무 반가웠지만 여기 코스모스들은
키가 낮아 쭈그리고 앉아서 사진을 찍는 게 힘들어 서서 겨우 두 장만
찍고 돌아 나왔다.
아득한 그 시절, 경주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경주로 가는 기찻길 가에
피어 바람에 한들거리던 그 코스모스가 지금도 그 기찻길 가에 피고
있을지 궁금하다. 차만 타면 잠이 쏟아지던 그 시절에도 코스모스가
보이면 눈을 번쩍 뜨고 창밖을 내다 보고는 했을 정도로 코스모스를
좋아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김상희가 부른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노래 부르며 기분 좋게
나도 집으로 왔다.

걷기 운동은 참 힘들다.
재활병원에서 1주일에 3회, 1회 2 시간씩 운동도 하고 치료도 받는데
더 나아지는 것 같은 기미는 없고 오히려 더 퇴행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러다 자기 일신도 자기 힘으로 못 처리하는 세월이 올까 봐 겁난다.
그래도 마음은 소녀처럼 코스모스를 만났다고 노래까지 부르며 집으로 왔으니...ㅋ

겨우 3,000보 남짓 걸었는데 집에 오니 배가 고프다.
고구마 큰 것 한 개, 가지 한 개를 꺼내서 기름 넉넉히 두르고 튀김처럼
부쳤다.
혼자서 반쯤 먹고 반쯤은 아들 주려고 남겨 둔다.
이제 무더운 여름은 저만치 가 버린 것 같다.
하루중 30도가 넘을 때가 별로 없는 걸 보니 무더위는 물러간 것 같다.
여름은 내가 제일 힘드는 계절인데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