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혼자다.
요양사는 일요일이라 쉬는 날이고 아들은 눈 뜨자마자 산으로 가 버렸다.
혼자 있으려니 자유스럽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한데 밖에 나가서 걷는 건
자신이 없다.
휴일에는 산책로에 자전거 탄 아이들도 많고 강아지 산책 시키는 사람들로
많아 혼자서 나가기는 좀 머뭇거려진다.
내가 혼자서 걷다가 제일 무서운 것은 휴대폰에 코와 눈을 박고 옆도 앞도
안 보고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사람이다.
성당도 못 갔다. 걷기에는 먼 거리라 늘 차 태워 주는 이웃이 있는데
그분이 오늘은 일이 있다고 해서 그냥 집에서 기도만 했다.
우선 빨래부터 했다. 타월들을 삶는 기능으로 맞춰 세탁기를 돌렸다.
옛날처럼 불 위에다 푹푹 삶는 것만큼 깨끗하지는 않지만 세탁기의 삶는
기능으로 빨래를 하면 그래도 일반과정보다는 낫다.
그리고는 반찬 몇 가지를 만들었다.
내일 또 일본으로 출장 가는 아들에게 나물반찬을 먹여 보내려고.
아들은 집 나가면 고기나 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집에서는 되도록
나물 반찬을 먹도록 하고 있다.
멸치는 슬라이스 아몬드를 넣어서 볶았다.
유튜브 보고 셰프님들 따라 하다가 오늘은 그냥 내 방식대로 볶았다.
시금치는 국간장과 소금을 반반 섞어서 간을 하고 참기름과 마늘 넣고
조물조물....
제일 싼 게 콩나물이다. 1,000원어치만 사면 한 봉지 넉넉하게 준다.
국간장과 참치액젓 반반으로 간하고 고춧가루 마늘 넣고 무쳤다.
무나물, 팔이 아파 강판으로 쓸었더니 모양이 좀 이상하지만
먹는데 이상 무.
반찬 만들고 돌아 서니 빨래가 다 말랐다.
세탁기로나마 삶아서 햇볕에 말렸더니 뽀송뽀송해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자전거 타면서 드라마 밀린 것 넷플릭스로 봤다.
이렇게 보내는 하루도 괜찮네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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