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다 8살 더 많은 정임이 언니는 이곳 아파트에서 아래 위층으로 살던
이웃이다. 내가 퇴직하고 60대일 때 70대인 정임이 언니와 아침마다
모락산을 올랐다.
그러다 정임이 언니는 이사를 가고 이따금씩 소식을 전해 오는데
전화가 언제나 유쾌하다. 지금 93 살,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번갈아
하면서도 전화상의 목소리는 유쾌하고 활발하다.
" 아우가 짜 준 털실모자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너무 잘 쓰고 있어,
모두 예쁘다고 해" 하고 어제저녁에 또 전화가 왔다.
그렇지 않아도 정임이 언니 드리려고 집에 있는 실 뒤져서 하나 짜 놓은 게
있어서 바로 가지고 갔다.
노란 건 정임이 언니 몫, 어둠침침한 색은 정임언니 영감님 몫이다.
목도리도 이렇게 두 개를 짰는데 색이 밸런스가 안 맞는다.
할아버지 것으로 이렇게 매치시켜 봐도 아니 올씨다인데...
이건 정임언니 몫인데 영 웃기는 조합이다.
실 사러 나갈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사 보면 굴기 같은 게 내가 생각했던 것 하고
틀리기도 하고 이제는 뜨개질을 안 하려고 하니 굳이 시장 가기도 싫어서
집에 남아 있는 실로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
정임언니와 할아버지는 그래도 너무 좋아서 싱글벙글이다.
언니, 할아버지와 함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요. 하고 돌아 나오면서 나 혼자
쿡쿡거렸다. 모자와 목도리의 조합이 너무 웃겨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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