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었다. 모처럼 친구와 만나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비가 오다니 걱정부터 앞섰다. 왜냐하면 만나는 장소를
평촌역 광장으로 정했고 내가 아직도 우산 쓰고 걷기가 힘들어서 이다.
그렇다고 모처럼 셋이서 시간 맞춘 약속인데 취소하자고 할 수도 없어서
난감 해 하고 있는데 열 시가 넘어가자 슬슬 날이 개이기 시작했다.
연보라 점퍼에 연보라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모자까지 썼다.
무슨 운동회라도 나가는 복장 같네 하면서 거울 보고 한번 웃었다.
평촌역 광장, 철쭉이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 있다.
1번 출구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
경자는 수지에서 오지만 해선이는 같은 평촌에 사는데 아직 안 왔다.
친구들이 도착하기 전에 사진부터 몇 장 찍었다.
내 두 친구들은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그 친구들 앞에서 사진 찍으면
뭣하게 사진 찍느냐고 물을 게 뻔하고 대답해 줄 마땅한 말도 없어서 오기 전에
몇 장 찍었다.
여고 동창인 두 친구도 상당히 똑똑한 편인데도 휴대전화로 문자와 카톡을
겨우 주고받을 뿐이다.
경자의 남편은 90이 넘은 나이에도 책을 펴 낼 정도로 건강한데 해선이의
남편은 요양병원에 가 있다. 경자는 귀가 멀어서 목 아프게 큰 소리로 해야만
대화가 되고 해선이와 나는 아직 귀는 괜찮지만 걷는 게 시원치 않다.
비상하는 두 사람, 멋있다.
우리는 무조건 역 광장에서 제일 가까운 음식점으로 갔다.
그런데 음식점 인심이 갈 때마다 변한다.
고등어 구이 둘에 매운탕을 시켰더니 매운탕은 회를 시키는 사람에 한 해서
주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어 구이 3인분을 시키고 멍게 회 한 접시를
시켰다. 횟집에서 매운탕은 회 먹을 때 그냥 주는 건데 메뉴판에 가격이 적혀
있길래 시켰는데 안 된다고 해서 우리는 밥 먹으면서도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그래서 음식 사진은 생략.
커피숍으로 옮겨 지나 간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그러면서 하는 말, 돈 아끼지 말고 몸에 좋다는 것 다 사 먹고 오래오래 살잔다.
우리 셋만 있는 커피숍에서 목청을 높일 수도 없는데 자꾸만 목소리 톤이
높아져서 눈치가 보여 오래 있지 않고 그냥 헤어졌다.
그래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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