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갑자기 활짝 피어 버렸다. 어제만 해도 우리 동네 벚꽃은
언제나 피려나 하고 나무를 쳐다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거짓말 같이 벚꽃이 활짝 피어있는 게 아닌가.
마술에 홀린 것 같기도 하지만 꽃이 피니 좋아서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
주섬주섬 주워 입고 얼른 뛰어 나갔다.
만개라고 해도 좋을 듯, 이렇게 활짝 피어 버렸다.
우리가 입주 하자 마자 심었으니 30년이 넘었지만 나무가 그다지 크지는 않다.
그래도 집 바로 앞이 벚꽃 길이니 너무 좋다.
아파트의 창문으로도 보이는 벚꽃이다.
입주한 지 어느덧 30년은 넘었지만 아직은 멀쩡한 아파트다.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1기 신도시에 재건축이 허락되어 단지마다 건설회사들의
로고가 적힌 프랑카드가 걸리고 설문조사지를 돌리는데 젊은 사람들은 찬성
이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반대다.
허물고 지을 동안 어디로 가서 산단 말인가?
나 같은 사람은 나가서 들어와 보지도 못하고 세상 끝낼 것 같은데 지금 살고 있는
평수가 좁지도 않고 또 이사한다는 게 끔찍해서 싫다.
벚꽃이 피니 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모두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벚꽃 찍다가 웬 난데없는 제비꽃? ㅎㅎ
벚나무 밑에 아름답게 피어서 자기도 한 장 찍어주면 안 되느냐고 애원
하는 것 같아서...
아무리 벚꽃이라지만 이렇게 갑자기 피다니, 어쩌면 갑자기 피었으니 갑자기
져 버릴 수도 있겠지. 오늘은 2,932보 밖에 못 걸었다. 벚꽃 쳐다보고
사진 찍고 지나치는 사람들과 꽃인사 주고 받느라고.
우리 동네로 벚꽃 구경 오세요 하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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