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3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월만큼 빠른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린 2024년의 1월과 2월, 되돌아보면 병원에 부지런히
다닌 것 외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요즘 들어 내게 외출은 병원 가기와 어쩌다가 어울려서 외식하러
가는 것뿐이다.
며칠 전 요양사가 맨날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해서
같이 간 곤드레 밥집이다.
인덕원에서 분당으로 넘어가는 길몫 중간쯤의 오월의 곤드레라는 식당이다.
사실은 요즘 내가 먹고 싶은 건 연포탕인데 아들 왈, 요양사가 사는데 비싼 집
가면 안 되니까 연포탕은 엄마가 살 때 가고 이 날은 1인당 13,000원의
곤드레밥을 먹으러 갑시다였다.
양념장 넣고 비벼 먹는 곤드레밥이다. 나는 되도록 덜 짜게 먹어야 하니까
그냥 먹었다.
내가 게장 좋아한다고 기본 외 특별 주문했다. 20,000원.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이리라.
집밥도 좋지만 비싸지 않은 외식도 참 좋다. 설거지할 일도 없으니까.
사실 돈이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나라도 드물다.
집 밖만 나서면 음식점이 수두룩하고, 대중교통 좋고, 65세가 넘으면 또
공짜인 전철은 꽤 먼 곳까지 연결되어 있고 말이다.
이렇게 좋은 세상인데, 세월 가고 나이 먹는다는 게 좀 억울하다.
남은 내 삶 중 지금이 화양연화의 시절일 텐데 기껏 병원 다니고 맛집이나
다니다니 하면서 속 상해 하다가도 이만함에 또 감사하기도 한다.
친구들을 보면 별 이상 없어도 이제 지팡이를 짚기도 하고 걷는 게 나하고
별 다를 바 없다.
병원 다니는 것 또한 비슷하고.
까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자 하고 주문처럼 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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