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혼자 집에 있다.
요양사는 연휴라 안 오고 아들은 친구들과 등산 갔는데 딸이 오겠다는 걸
못 오게 했다. 장 봐오고 음식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무조건 꼼짝 안 하고
집에만 있을 테니 오지 말라고 했다.
아프고 나서 2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이렇게 혼자 있어 보기가 처음이다.
혼자 있어도 심심치 않은 건 넷플릭스라는 친구가 있고 블로그놀이도
있고 해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도 뭣해서 이웃들이 나와서 걷는다기에
조심조심 살살 나가서 3,000보 조금 넘게 걷고는 들어와 버렸다.
올 설은 음식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했다.
식구래야 딸네 식구 합해서 다섯 명뿐이기도 하고 물가도 비싸고 힘도 들고 해서다.
내가 부엌에 오래 서 있지를 못하니까 생선 말려서 찌는 것과 마른 고사리 삶기만 하고
나머지 음식은 아들과 딸이 만들었다.
전은 대구전과 야채 전, 그리고 김치전을 했는데 아들의 솜씨다.
야채전이 조금 다른 재료로 두 가지다.
나물은 식구들이 다 좋아하니까 좀 많이 일곱 가지를 했다.
고사리 삶기와 콩나물, 시금치 다듬기만 내가 하고 나머지 일은 딸이 했다.
고사리, 도라지, 물미역, 시금치, 무, 취나물, 콩나물... 가짓수로는 부자다.
이렇게 차례상에 놓을 것 담아놓고 딸네 반 주고 반은 우리가 먹기로 했다.
생선도 조기 다섯 마리뿐, 도미도 민어도 안 샀다. 생선 말리기와 찌는건 아직까지는
나 밖에 할 줄을 모른다.
그리고 사과 3개 15,000원, 배 3개 15,000원, 곶감 조금 사고 떡과 산자 몇 개,
탕국은 제대로 끓여서 차례를 지냈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두분은 돌아가신지 반세기가 넘어셨고 남편도 35년이 넘었다.
의논끝에 기제사는 안 지내기로 했지만 설과 추석만큼은 차례를 지내기로 했는데
그 조차 음식이 이렇게 간소하고 어쩌면 초라하다.
이 글 작성중에 딸이 저녁 차려 주겠다고 전화 왔다.
나 혼자 다 잘 챙겨 먹을테니 걱정말고 쉬라고 했다.
나 홀로 집에 있어 보는것도 지금부터는 연습해야지 자꾸만 아이들 신세를 질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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