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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나홀로 집에

by 데레사^^ 2024. 2. 11.

          오늘은  혼자  집에 있다.

          요양사는 연휴라 안 오고 아들은 친구들과  등산 갔는데 딸이 오겠다는 걸

          못 오게  했다.  장 봐오고 음식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무조건  꼼짝 안 하고

          집에만  있을 테니  오지 말라고  했다.

          아프고 나서  2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이렇게  혼자 있어 보기가 처음이다.

          혼자 있어도 심심치 않은 건  넷플릭스라는  친구가  있고  블로그놀이도

          있고  해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도  뭣해서  이웃들이 나와서  걷는다기에

          조심조심  살살  나가서 3,000보  조금 넘게  걷고는  들어와  버렸다.

 

 

          올 설은  음식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했다.

          식구래야  딸네 식구  합해서  다섯 명뿐이기도  하고  물가도 비싸고 힘도 들고 해서다.

          내가  부엌에 오래 서 있지를 못하니까  생선 말려서 찌는 것과  마른 고사리 삶기만 하고

          나머지  음식은 아들과 딸이 만들었다.

          전은  대구전과  야채 전,  그리고 김치전을  했는데  아들의 솜씨다.

 

 

          야채전이  조금 다른 재료로  두 가지다.

 

 

          나물은 식구들이  다 좋아하니까  좀 많이  일곱 가지를  했다.

          고사리 삶기와  콩나물, 시금치  다듬기만  내가  하고  나머지  일은  딸이 했다.

          고사리, 도라지, 물미역, 시금치, 무, 취나물,  콩나물... 가짓수로는  부자다.

 

 

          이렇게  차례상에  놓을 것  담아놓고  딸네 반 주고 반은  우리가  먹기로 했다.

 

 

          생선도  조기 다섯 마리뿐,  도미도 민어도 안 샀다.    생선 말리기와  찌는건 아직까지는

          나 밖에  할 줄을  모른다.

   

          그리고  사과 3개  15,000원,  배 3개 15,000원,  곶감  조금 사고  떡과  산자 몇 개,

          탕국은  제대로  끓여서  차례를  지냈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두분은  돌아가신지 반세기가  넘어셨고   남편도 35년이 넘었다.

          의논끝에  기제사는  안 지내기로 했지만  설과  추석만큼은  차례를  지내기로 했는데

          그 조차  음식이 이렇게   간소하고 어쩌면 초라하다.

 

          이 글 작성중에  딸이  저녁 차려 주겠다고  전화 왔다.

          나 혼자  다  잘 챙겨 먹을테니  걱정말고  쉬라고  했다.

          나 홀로 집에  있어 보는것도  지금부터는  연습해야지  자꾸만  아이들  신세를 질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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