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대한독립 만세를 불러야 하나?
오늘은 아들도 요양보호사도 없다. 그리고 딸도 오지 않았다.
아들은 모처럼 일이 있어서 나가고 요양보호사는 일요일이라 쉬는 날이다.
느릿느릿 혼자서 점심을 먹고 동네 길 걸으러 나서 본다.
혼자서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겁 많은 우리 아이들이 절대로 혼자서는 못 나가게 한다.
어느 날 새벽에 혼자 몰래 나갔더니 어느새 아들이 알아채고는 나와서 난리를 쳐서
그 후로는 다시 시도해 보지도 못했는데 오늘이야 말로 절호의 기회다. 얏호!
퇴원 후 7개월 동안 처음에는 워커로, 그다음은 지팡이로, 그리고 지팡이 없이
걸은 지도 제법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다는 거다.
아들이나 요양보호사가 같이 나서기는 해도 뒤에서 걸으며 혹시나 하고 지켜만
보지 거들 일이 사실은 없다.
동네 길은 이렇게 싱그럽다. 실유카도 피고 있고 수국도 피고 있고
무엇보다 초록의 상쾌한 이파리들이 눈의 피로를 풀어 준다.
실유카가 예쁘게 피어 있다.
감시자(?)가 없으니 사진도 내 마음대로 찍어보고... 아, 좋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동네 길에는 걷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
아들을 불러서 왜 엄마를 따라다니느냐고 묻던 오지랖 할아버지도 오늘은
안 보인다.
동네 길의 의자는 다 내 것이다. 사진도 좀 찍어 보고 의자에 앉아서 바람도 쐬고
그리고는 걷고....
그래도 겁 나서 많이는 못 걷고 한 바퀴만 돌고 집으로....
집에 와서 핸드폰을 보니 3,582 보다.
더 걸어도 되지만 참고 들어와 버렸다. 만약 넘어지기라도 했다가는 아들의
지청구를 견딜 재간이 없거든.
발은 뒷굼치 부터 땅에 닿게, 시선은 멀리, 허리 쭉 펴고, 무릎도 쭉 펴고
그리고 배는 밀어 넣고 어깨는 올리지 말고... 치료사샘의 주문을 기억해 가며
혼자 걷기 성공의 날, 대한독립 만세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