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사위의 생일이었다.
딸이 어쭙잖게 거실에서 미끄러져서 팔을 다치는 바람에 깁스를 풀긴
했어도 제대로 일을 못하니까 집에서 미역국을 끓일 수도 없다고 외식을
하자고 했다. 아무래도 미역국이 나오는 집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백운호숫가의 백운재라는 한식집으로 갔다.
미역국이 나오는 상차림이다.
가족끼리 음식점에 가면 나는 이제 뒷전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
메뉴는 아들과 딸이 알아서 정하니까 다 먹고 나서 카드만 주면 된다.
무 크게 썰어 넣은 북어조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달고 짜냐?
우리나라 식당 음식들 너무 짜고 너무 달게 변해 간다. 전 국민을 당뇨병 환자로
만들 작정인지....
제육볶음, 역시나 달고 짜다.
미나리 전, 이건 달지도 짜지도 않아서 먹기에 딱 좋다.
밥이 고슬고슬 맛있다. 음식점의 다른 음식들이 아무리 맛있어도 밥이 맛없으면
싫은데 이 집의 밥은 맛있다. 들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으면
그 또한 일미다.
음식점 밖 백운호수 둘레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사위는 지난해 말 정년퇴직인데 금년 6월까지 업무 인계인수가 잘 안 되어서
더 다니게 되었다. 사위의 업무를 인수받는 사람이 일이 어렵다고 힘들어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6개월을 더 일 할 수 있게 된 사위는 좋아라 하고.
퇴직 후 무엇을 할 거냐고 물으니 서울시내 공영 도서관은 다 돌 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 도서관에서 하는 시니어 프로그램들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걸
찾겠다고 한다.
여행을 멀리로 한번 다녀오라는 말에는 웃기만 한다. 사위는 결혼 30년 동안
딱 한번 가족여행을 경주를 다녀온 것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퇴직하자마자
가방 꾸려서 떠났는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도 봄날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고는 아, 좋네요 한다.
이번 생일에는 봉투에 좀 두둑하니 넣어서 줬다.
그간 고생 했노라고, 그리고 멀리 여행은 안 가도 나랑 같이 바람이나 쐬면서
점심이나 먹고 돌아오는 정도의 외출은 하자니까 알겠습니다 한다.
단짠의 반찬들이 나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사위나 딸, 아들은 잘도 먹는 것이
먹는 것에도 세대차가 나는 걸 느낀다.
사위의 정년퇴직에 이어 몇 년 있으면 딸이 환갑을 맞을 거고, 나는 세월 속에서
늙어가고.....인생, 어렵게 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