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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팔십대, 내친구들의 현주소

by 데레사^^ 2022. 11. 6.

여고동창 여섯명이 내가
보고싶다고 우리집 가까이
있는 중국집을 예약하고
찾아왔다. 아무리 가까워도 아직은 혼자가는건
무리라 요양보호사를
데리고 만나러 갔다.

평촌역 부근에 있는
팔선생이라는 중국집이다.

내 친구들, 늙을만큼 늙은
모습이다.

영자가 나 치매판정 받았어
한다. 그러면서 핸드백 겉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쓴 쪽지를
붙여놓은걸 보여준다.
어떻게 왔느냐고 물을수도
없어 먹먹해 있는데 다른 친구가 내가 데리고 왔어한다.
우리가 어느새 치매걸리기
좋은 나이에 와 있구나.

울산 국희는 파킨슨병으로
바깥출입 못한단다.
부산 화수는 힐체어 타고
다닌단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듣기만 하는데도 가슴이 미어터지는것 같았다.

꿔바로우, 이 집이 자랑하는
요리, 찹쌀로 만들어 쫄깃
쫄깃하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영순이가
나 이제 운전 그만할거다.
올 해 까지만 하고 자동차 없애버릴거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동차 없애기전에
너를 드라이브를 시켜주고
싶은데 한다.
고맙긴 한데 내가 그럴 몸이 못되어서 미안.

꽃빵에 잡채, 내가 좋아하는
중국음식중 하나다.
저 꽃빵을 반으로 잘라 그속에 잡채를 넣어 먹으면
꿀맛이거든.

가지속에 새우를 넣고 튀긴건데 그야말로 둘이 먹다 둘이 다 죽어도 모를 맛이다.

식사로 나온 짬뽕, 칼칼하니 맛있네.

한참 먹느라 정신없다가
다시 또 소식 전하기다.
잠실 영자가 간암이래 한다.
지금 항암치료중이라고.

코로나로 3년 가까이 못 만났드니 그새 이렇게 늙어
버린 우리들, 앞으로 남은
세월을 잘 살아내자고 입을
모았다.

유병장수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 덜 아프고 살아야지
하면서 맹세아닌 맹세도 하고.

그래도 아직까지 운전하는
친구도 있고 하이힐 신고 다니는 친구도 있다.
그러니 절망은 말자  하면서도  세월앞에 무너져
내리는 친구들 소식에 울고만
싶다.
고장도 없는 저 세월을 그 누가 거스를수 있을까?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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