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장마는 늦었다고 한다. 한창 더울때인데 장마철이 되니 집도
옷도 다 눅눅하다. 사람조차 눅눅하게 게을러 터지기만 해서 운동을 다녀
오고 나면 누웠다 앉았다 하면서 조금이라도 시원해질 한 밤중만 기다린다.
코로나 이후 내가 참 이상해졌다.
전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도 신간이란 신간은 죄다 사다 읽고도 도서관에
책 빌리러도 다니고 했는데 책 읽기가 딱 싫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TV 를 즐겨보는것도 아니다.
그냥 누워서 천장만 쳐다보고 빈둥빈둥....참 기분 안좋게 늙어가고 있다.
단풍철도 아닌데 아파트에 단풍든 나무들이 있다.
정확히 말해서 단풍이 든게 아니고 본래부터 붉은색 나무다.
더위를 남달리 타기 때문에 가을을 기다리는 내 눈에는 이 나무가 유독
예쁘게 보인다.
초롱꽃이라고 했던가? 우리 아파트 길 옆으로 많이 피어있다.
치매예방용으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공부했었다.
일본어는 10년이상 배우기도 했지만 좀 젊었을때 배워서 아직도 대화에는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잊어버리지 않았는데 중국어는 4년을 배웠는데
코로나로 쉬는 1년 반 동안에 수인사도 못할 정도로 다 잊어 버렸다.
영어야 학창시절에 배운거니 그건 잘 안 잊어지는데 말이다.
그리고 사람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늘 TV 에서 보던 유명 연예인의 이름도 생각이 안 날때가 많다.
그러면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생각날 때 까지 머리를 굴린다. 그러다가 생각나면
휴하고 한숨을 내쉬고 생각 안나면 검색을 해본다.
절대로 치매만큼은 안 걸리고 싶은게 누구나의 소망이듯 나 역시 치매만큼은
안 걸리고 싶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나의 소원은 치매 안걸리기.
이건 무슨 꽃일까? 예쁘게 몇 그루 피어있는데....
나는 꽃 기르기도 못하고, 꽃 이름도 잘 모른다.
어디서나 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는데 화분이 내게로 오면 피던 꽃도
안 피고, 꽃 이름은 올 해 외워도 내년에는 또 잊어 버린다.
이런 꽃이름들은 몰라도 우리의 토종 꽃 이름은 아주 잘 안다.
봉숭아, 맨드라미, 채송화, 분꽃, 접시꽃... 내가 이름을 아는 이 여름꽃들은
우리 아파트 동네에서는 보기가 쉽질 않다. 모두가 외래종으로 바뀌어 버려서
이름때문에 날 무식하게 만들어 버리는 꽃들 뿐이다.
일만 하면 허리가 아프다.
운동을 하거나 놀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허리가 부엌에만 들어가면 아프다.
6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수술했던 의사쌤 말씀이 "내가 일하시라고 허리 수술해 드린건
아니거든요" 였고, 또 코로나로 실업자가 된 아들에게 부엌권리도 뺏겨 버렸으니
매 끼니 마다 부엌에 들어가는건 아니지만 솔직히 아들이 해주는 반찬이 너무 맛이 없어서
한번씩 아들 없을때 몰래 내가 반찬을 좀 만들어 보는데, 허리가 너무 아프다.
장마가 끝나도 나에게 여름여행은 없다.
수영장을 마음놓고 다닐때는 수영장에서 살았는데 요새는 수영장에도 못 가니
집에서 에어컨이나 틀어놓고 딩구는수밖에.
여름이여, 어서 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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