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반 토막이 휘리릭 날아 가 버렸다.
고통스러운 코로나도 함께 날아 가 버렸으면 좋으련만
코로나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놔두고 세월 저 혼자만 달아 나 버렸다.
지긋지긋하고 징글징글하다라는 표현밖에 할수 없는 코로나, 7월 1일부터
완화하겠다고 해서 1년반이나 못 만났던 친구들 여섯명이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1주일 연장하겠다는 뉴스를 보고 친구들이
취소하자고 연락을 해 왔다.
무슨 큰 일을 한다고 위반까지 해가면서 만나겠느냐고 한숨섞인 친구들의
전화에 오케이를 하면서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시장엘 갔다. 집 앞 농수산시장으로.
꽃게나 사와서 꽃게탕이나 끓여 먹으며 심란한 마음을 달랠려고.
누가 심었을까? 복잡한 시장 한 구석에 채송화가 피어있다.
자동차매연과 담배연기에 시달려서인지 꽃이 좀 시들시들하기는 해도 반갑다.
하필이면 담배를 피워도 되는 장소에다 심었을까?
담배를 피우는 장소 옆에 심었거나 말거나 내가 탓할 일도 아닌데 괜히
심사가 꼬인다. 꽃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채송화는 던져만 놓아도 잘 자라는 꽃이다.
어릴적 고향집 축담밑에 많이도 피었던 꽃이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기에 사진을 찍으며 꽃을 만지는 나를
힐끔 힐끔 보면서 지나치는 사람들, 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한 할매로 보이겠지.
조롱박도 두 개나 열렸고 호박도 열렸다.
도라지꽃도 몇 송이 피어 있고.
복잡한 도매시장 한 구석, 담배피우는 장소에 피어 있는 꽃들처럼
우리도 코로나가 할퀴고 있는 세상을 살아내야 하겠지.
6월이 가고 7월이 오지만, 7월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까?
내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 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만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 해 두렴
가만히 이육사의 시를 읊어 본다. 우리의 7월도 청포도가 익어가는
낭만의 세월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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