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작년 12월에 만나고 1월은 추우니까 쉬고 2월에 만나자고 했는데
2월부터 코로나로 발이 묶여 버렸으니 10개월만에 만난것이다.
겁쟁이 할매들.
총무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마스크 꼭 쓰고 와서 밥 나올때 까지 벗지 말기
밥 먹을때는 이야기 하지 말기
그리고 음식은 반드시 덜어 먹되 먹던 젓가락 사용금지
밥 먹고 상 물린 후 마스크 쓰고 다시 이야기 하기.....
과연 잘 지켜질까?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본 나무들, 나무들은 어느새 잎들을 떨구어 버리고
긴 겨울의 나목으로 갈 채비들을 하고 있다.
빠른 세월, 코로나 백신의 개발도 빠르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처음 퇴직을 하고 여고동기들 모임에 나갔을때
친구들은 손주자랑에 난리도 아니였었다. 오죽하면 자랑할려면 돈 줄테니
가라고 까지 했을까....
그랬던 친구들이었다. 그때로 부터 20여년이 흘러 가 버린 지금의 친구들은
아픈이야기밖에 없다.
우리가 늘 가는 음식점이 문 닫지 않고 건재하고 있어서 좋다.
우리를 위하여 늘 독방을 내어주는 집, 음식점의 일하시는 분들도
얼굴이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손님은 거의 없는 편.
이모님께 앞 접시를 좀 넉넉히 달라고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자 조심스레
앞 접시에 자기 먹을것을 가져다 놓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옛날 하던식 그대로로 회귀한다.
너 이것 먹어봐라 하면서 먹던 젓가락으로 집어 주기도 하고 이야기도 쉴새없이 하고
심지어 남은것 아깝다고 비닐봉지에 담기도 한다.
총무가 눈치빠르게 상 부터 치우게 하고 모두 마스크 쓰게 하고 밀린 이야기를....
어떻게 지냈느냐는 물음에
미스터 트롯 보는 재미로 잘 살았노라고들 한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미스터 트롯 프로를 보고 다른날은 유튜브로 그들의 노래를 듣고
그것만이 위안이라고. 수요일은 뽕숭아학당, 목요일은 사랑의 콜센타.
그러면서 12월에 공연하는 나훈아티켓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옛날에는 나훈아는 느끼하다고 싫어하드니 테스형이후 모두들 나훈아에게 혹 가버렸다. ㅎㅎ
그리고는 자연스레 아픈 얘기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살지만 남자보다 더 오래 아프다가 간다는것
그러면서 우리 다음달에는 못 만나겠지하는 염려부터 한다.
총무가 말했다.
아무래도 12월 부터는 추워서도 힘들거고 내년 3월 이후 코로나가 잠잠해 지면 연락 할테니
그 동안도 열심히 미스터 트롯 노래 들으면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고.
우리는 마스크 쓴채로 가만히 노래를 불렀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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