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는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집 역시 이 역경속에 있다.
일본어통역으로 여행객이나 운동경기, 또는 이런 저런 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에게 통역을 하는 프리랜서의 아들은 완전 실업자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아무리 장가를 안 간 홀몸이지만 나이 오십의 아들이 돈 한푼도 안 쓰고 세상을
살아 갈 수는 없는 법.
내게 얹혀 사니까 자기가 벌어서 사놓은 자그만한 아파트 월세 70만원 받는것과
매형을 출퇴근 시켜주고 받는 용돈 (이 액수는 나는 모른다)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같은 자기앞가림의 지출을 충당한다.
취미래야 등산을 하는 정도이니 큰 돈을 쓰지는 않는다. 안 쓴다기 보다 솔직히
쓸 돈도 없다.
그리고 우리집 가장인 나의 삶.
평생을 일했던 공무원연금으로 살아가니 아들하고 둘이 밥먹고 사는 걱정은 없다.
그러나 생활은 아주 많이 바뀌어 버렸다.
일주일에 두번씩 중국어 공부가고, 매일 두어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가끔씩 친구들과 맛집도 찾아가고, 나라밖으로 콧바람도 쐬러가던 그런 생활은 없어졌다.
내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곳, 멀어도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의 공원이나
찾아다니며 걷기운동하는게 유일한 외출이자 즐거움이 되어 버렸다.
이 반월호수공원도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거리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으니 가끔 찾아간다. 물도 쳐다보고 꽃도 쳐다보고
때로는 멍 때리기도 하다가 오는 곳이다.
백화점 근처에도 안 가봤다.
옷은커녕 양말 한짝도 안 사봤다.
머리는 길대로 길어 원효대사 (죄송합니다) 비슷해 졌을때 미장원엘 간다.
화장품은 사지도 쓰지도 않는다.
옷은 운동복 비슷한것 외 입을 일이 없다.
구두도 마찬가지, 운동화외 신을 일이 없다.
마스크만 사 제낀다. KF94 KF80 KF AD...... 식약처가 허가한 대한민국산 마스크는
홈쇼핑에서 세일만 하면 사 모은다.
태국에 있는 딸에게 3개월에 90장씩 보낼수 있으니까 그래서 더 많이 사 모은다.
이 달에 보냈으니까 내년 1월에 또 보낼수 있고 4월에, 7월에...... 내년 몫까지
사서 모아놓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부엌을 아들에게 뺏겨 버렸다.
처음에는 설겆이 부터 시작했는데 별로 마음에 안들었지만 잔소리 안하고
내버려 두었드니 이제는 얼마나 깨끗이 하는지 내가 부엌에 얼씬거리면
도로 쫒아낸다. 엄마는 설겆이 더럽게 한다고, 그릇에 고추가루가 묻어있다고.
아들은 일본어를 전공하지 않고 요리를 배웠다면 어쩌면 일류는 못되어도
이류나 삼류 셰프는 되었을 정도로 반찬도 제법 잘 만든다.
유튜브가 선생님이다. 유튜브를 보고 배워서 곧잘 만들어 낸다.
좋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아들이 부엌을 점령해 버리니 편하기도 하지만 나는 완전한 뒷방할매다.
다른집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남편분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니까 그 엄마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을거다.
내 딸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여기 큰 딸은 사위가 회사출근을 하니 이전과 같지만 태국의 딸은 사위가
재택근무를 한다.
태국사위는 돌아다니는걸 좋아해서 회사에서 퇴근해 와서도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잠자리에 들때나 침대에 누웠는데 재택근무 이후는 일이 끝나도
절대로 밖엘 안 나갈려고 한단다.
집에서만 일을 하다보니 점점 엉덩이가 무거워 지는것 같다고 딸이 투덜투덜이다.
예전에는 너무 나돌아 다닌다고 투덜대드니.....
여기 사위도 주말이면 꼼짝도 안할려고 한다. 마스크 쓰기 싫다고
하기사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KF94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귀도 약간 헐고
마스크가 지긋지긋하기도 하겠지.
그런 매형을 보고 우리 아들 하는 말 "나는 귀가 다 헐어도 좋으니 마스크 쓰고 일 좀
해 봤으면 좋겠다" 고.
답답하니까, 속상하니까, 더 이상 우리네 삶이 망가져서는 안되겠기에 별 얘기를 다 털어 놓는다.
코로나여, 더 이상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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