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무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이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계절이다.
전나무의 비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 피 천득-
그러나 우리의 오월은 잔인하기만 했다. 잠잠해져 가던 코로나19 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세상은 뒤숭숭하기만 했다.
그야말로 이 풍진 세상이었다.
이제 오월을 하루 남겨두고 되돌아 보니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왔다라는 표현밖에 할 말이 없다. 늘 염불처럼 외우는 말
” 이 또한 지나가리라” 를 수도 없이 했었건만 우리의 오월은
잔인하기만 했다.
집 가까이도 확진자가 나왔다고, 우리가 다녔던 정형외과,
지하철역, 음식점…. 이런 곳들이 확진자들의 동선에 들어있다는
재난문자, 하루에도 여러통씩 온다. 불안하다.
오늘은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걷기라도 할 셈으로 나갔는데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로 들어오고 말았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을까?
솔직히 더워지니까 마스크 쓰기가 힘들기는 하다.
KF 94 에서 80 으로, 다시 덴탈로, 이렇게 낮은단계로 바꾸었지만
점점 숨이 차고 마스크가 젖어 오긴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가 할수 있는 유일한 예방법이 마스크 착실히 쓰기와 손 씻기,
사람 덜 접촉하기 뿐인걸.
질병본부에서 그렇게도 간곡히 부탁하는데도 여전히 코를 내놓고 쓰는 사람,
턱에 걸치는 사람, 손에 들고 빙빙 돌리고 가는 사람이 없어지질 않는다.
이래도 우리가 일등국민이라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큰소리 칠수 있을까?
1년 가까이 배가 아팠다.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되풀이 하면서.
먹으면 소화도 안되고 또 바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고, 가면 소식도 없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약도 많이 타다 먹고 검사도 많이 했는데
하는 검사마다 이상은 하나도 안 나오는데도 배는 늘 아팠다.
그동안 위 내시경 2번, 복부초음파 1번, 배 엑스레이 1번, 혈액검사는
여러번 했었다. 마지막으로 대장내시경을 해보고 싶은데 늘 다니던
병원이 거부를 했다. 이유는 나이가 많으니까 큰 병원으로 가라고.
그 병원에서 4년전에 위와 대장을 한꺼번에 수면으로 했는데 이제는
위만 비수면으로 해주고 대장은 큰데가서 하라고 해서 경찰병원에서
그저께 비수면으로 대장 내시경을 했다. 역시 대장도 깨끗하고 용종도
하나 없다고 한다.
대장내시경 의사가 이상이 없으면 그냥 가시고 이상이 있으면
소화기내과의 의사만나서 의논하고 가라고 검사전에 얘기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니까 그냥 왔다.
이렇게 되면 마음으로 다스리는수밖에 없을것 같다. 그런데 비수면검사가
처음인데 대장검사가 위검사보다 오히려 편했다. 아프면 언제든지 수면으로
할테니까 말하라고 하는데 전혀 아프지 않아서 의사하고 이런 저런 얘기하는
사이에 검사가 끝나는게 아닌가.
위 내시경은 구역질이 나올것 같아서 참느라고 애썼는데 대장내시경은 전혀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아서 좋았고 결과도 이상없다니 좋다. 단지 검사를
위한 약과 물을 마시는게 약간 고통스럽긴 했지만.
이제 모든 의심스러운 검사는 다 해봤고 이상도 없다고 하니 차차 몸도 편해지리라 여긴다.
생각을 바꾸고 즐거운 일을 찾아보자.
( 그간 염려와 격려를 주신 이웃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