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맑다. 나무들은 연두빛으로 변해서 반짝거리고
거리는 조용하고 산책하기에는 딱인데 오늘은 병원행이다.
한 열흘전에 혈액검사를 했으니 그 결과를 보고 혈압약을
처방해 주는 날이다. 아들이 실업자가 되어서 놀고 있으니
운전을 해주겠다해서 함께 나섰다.
하늘과 나무들의 풍경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코로나 바이러스만 아니면 이 풍경을 즐기며 살텐데하는
아쉬움도 이제는 면역이 되어 버렸다.
아들이 말한다.
제가 장가를 갔으면 이렇게 일이 없어졌을때 참 난감했겠죠?
딸린 가족이 없으니 놀아도 편하네요. 한다.
속으로 그래 너 잘났다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는다.
요새 같을때 일본사람들이 온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텐데
차라리 일이 없어지고 노는게 마음은 편하다.
그러나 장가 안간걸 교묘하게 이럴때 합리화시키는건 밉다.
혈압약을 60이 되면서 부터 먹기 시작했으니 20여년을 먹었다.
아직까지는 혈압으로는 고생을 안했는데 앞으로 일은 누구도
모르니까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하루 한번 약을 먹고는 잊어버리고 산다.
경찰병원 순환기내과에서는 석달치 약을 주는데 약 타러가기 1주일전쯤
혈액검사를 해 놓아야 한다. 일반적인 혈액검사로 간장, 신장, 콜레스테롤,
당화혈색소 이런걸 검사하는데 환자가 요청하면 다른 검사도 해준다.
언제나 검사결과는 “다른건 다 좋은데 당화혈색소가 6,0 에요” 다.
6,5 부터 당뇨라 경계선에 놓였다고 살 빼고 단것 많이 먹지말고
운동열심히 하라고 해서 딴에는 열심히 의사쌤 시키는대로 하는데 언제나 변동은 없다.
역시 오늘도 마찬가지다.
의사쌤 말씀이 “당화혈색소는 안 내려가네요” 다.
그러면서 더 올라가면 안되는것 아시죠? 한다.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하면서 기가 죽는 나, 나는 왜
의사쌤 앞에만 가면 작아지는지….. ㅋㅋ
병원은 삼엄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검사가 심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간단한 문진표와 연락처를 작성하고, 손 소독하고
발열체크기앞을 지나서 또 손 소독하고 순환기내과 앞으로 가서
자동혈압계로 혈압체크하고 또 손 소독하고 마스크 단단히 쓰고
의사쌤 면담하고 나오면서 또 손 소독하고……
그런데 약국은 문만 열어놨지 허술했다. 손 소독약 하나 비치 안 해놓고
마스크 타러 온 사람들과 뒤섞여 약간 복잡했다. 그래서 처방전 주고는
약 나올때 까지 바깥에서 기다렸다.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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