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쯤, 햇볕이 좋을때 아파트 옆 학교 마당을 한시간정도
걷고 오는게 요즘의 나의 유일한 외출이다.
동네산책길은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도저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질 않는다. 갇혀 있다 만나니 모두들 반가워서 손도 내밀고
심지어는 껴안을려고 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이 정들을 외면하기가
어디 쉬워야지 말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들 몇몇만 놀고 있는 학교마당에서 걷기 시작한지가
며칠 되었다.
학교마당에 봄이 와 있었네.
봄까치가 제법 많이 피어서 나를 반겨준다.
올 봄 들어 처음 보는 꽃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거나 말거나
철 따라 피어주는 꽃이 정말 고맙다. 사람보다 낫다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민들레, 노란꽃도 피었다. 그 밑으로 쑥이 올라오고 있네.
예년같으면 섬진강가로 매화와 산수유를 보러 갔을텐데
올 해는 집 밖을 나선다는게 무서워서 엄두도 못 낸다.
솔직히 몸이 아파도 병원을 가기도 겁난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도 뚫려 버렸으니 정말 우리는 한번도 경험못한 나라에서
지금 살고 있다.
마스크를 사겠다고 길게 길게 늘어선 줄 속에 잠시 끼어들었다가
포기를 해 버렸다. 사람과 사람사이는 사회적 거리인 2미터를 띄우라고
하면서 마스크줄은 다닥다닥이니 이 모순을 뭐라고 해야 하나?
물론 정부도 힘들고 의료진도 힘들고 다 힘들겠지만 국민도 참
힘들다. 이것이 나라인지?
학교 마당에는 어린 아이들 몇몇이 축구를 하면서 놀고 있을뿐
적막강산이다. 이 학교도 언제 문을 열지 모르고 우리 성당도
내가 다니는 문화센터도 다 언제 문을 열지 모른다.
태국의 딸은 전화하기를 “엄마 한국이 힘들면 여기 와 계실래요?” 한다.
싫다고 했다. 비행기 타고 가는것도 힘들지만 태국이 우리나라 보다
나을것 같지도 않아서다. 그냥 여기서 내 나라 내 땅에서 사는거다.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고통속에서 가족들 얼굴도 못 보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코로나여! 제발 좀 물러 가 다오.
힘내라! 대구여! 그리고 대한민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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