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오늘은 그 첫날이다.
절기상으로는 오늘부터 겨울이다. 그런데 다른 날 보다 따뜻하다.
아침에 은행에 들렸드니 내년의 달력을 준다.
나는 벽걸이는 필요없으니까 도로 돌려주고 탁상용만 갖고
왔다.
2015년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은행을
나서는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달력속의 여인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웃고 있다.
무척 건강하고 행복 해 보이는 얼굴이다. 볼도 발그스럼한게
귀엽기도 하고.
달력을 손에 들고 나도 거울을 한번 들여다 본다.
그런데 쭈글쭈글한 왠 할매가.... 이건 내가 아닌데.....
달력은 1월에서 12월 까지 모두 얼굴그림이다.
혼자서, 때로는 여럿이서 한결같이 미소짓고 있다.
행복이란 자기마음속에 있다고 했으니까 아, 나는 행복하다
하는 주문을 외어야겠다.
2015년도 그랬지만 2016년도 계획같은건 없다.
몇년전에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리스트대로 해보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솔직히 요즘에는 먹고 싶은것도, 하고 싶은것도
가보고 싶은 곳도 없다. 그렇다고 그 모든걸 다 충족시키며
살아 온 인생도 아닌데 그냥 모든것에서 시들해져 버렸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저 내년에도 올처럼만 살게 해주십사 하는 마음뿐이다.
집에 돌아오니 또 한장의 달력이 와 있다.
이번에는 보험회사의것, 꼭 가봐야 할 한국여행지가 소개되어
있다. 이제는 이런 유혹적인 글을 봐도 별로 솔깃해 지지가
않는걸 보면 마음도 많이 늙어버렸나 보다. ㅎㅎ
친구들이 카톡으로 마지막 달의 첫날이라고 꽃도 보내오고 메세지도
보내 온다. 남은 한 달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가 내 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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