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몇명이 어울려서 길상사를 찾아갔다.
백석과 자야의 사랑이야기나 법정스님 이야기로 유명한 곳인데도
나는 처음 가봤다.
늘 한번 가본다고 별르기만 하면서 못 갔는데 마침 친구들이
수유리에서 점심을 먹고 길상사를 가보자고 의논이 되어서
얼씨구나 하면서 함께 했다.
수유리 4,19 묘지 부근에서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7,000 원 정도밖에
안 나와서 깜짝 놀랐다. 우린 한 20,000 원 쯤 나올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래서 10,000원을 내고 거스름은 받지 않는 호기도 한번
부려 보고....
길상사를 찾은 다양한 사람들 속에 우리도 끼였다.
위의 왼쪽이 우리 일행, 그리고 수녀님들도 보인다.
이 석탑은 길상사를 무주상 보시한 길상화 보살님과 법정스님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길상사와 성북성당, 덕수교회가 함께 한
종교간 교류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무상으로 기증하였습니다.
2012, 11, 11 백성학 (탑 안내문을 옮김)
탑 주위로 꽃을 바친 사람들의 이름과 기원을 담은 이름표가
꽂혀 있다.
내 친구들, 몰래 뒷 모습만 살짝...
성모 마리아를 닮은 관세음보살.
이 관세음보살상을 조각한 분이 카톨릭 신자이기도 하고
법정스님께서 종교간 벽을 허무는 의미에서 이렇게 만들었다고도
하는 길상사의 정신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시인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는 우리가 참 많이 들어 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없는 지고지순의 사랑 이야기다.
요정의 기생이었던 자야, 그리고 시인이며 학교의 영어선생님이었던
백석, 이들의 사랑은 백석부모님의 반대로 짧게 끝났지만
평생을 백석만을 생각하며 결혼하지 않고 살다 생을 마감한 자야.
자야라는 분이 바로 이 길상사의 전신인 요정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 여사님.
나는 이 두분의 사랑이야기도 존경스럽지만 김영한 여사님과 법정스님의
인연도 귀하고 자랑스럽다.
김여사께서 이 대원각을 법정스님께 기부하고자 의사를 내비친 후
법정스님이 받기 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하며 법정스님은 이 대원각을
기부받은 댓가로 염주 하나, 길상화라는 법명을 김영한 여사께
선물했다고 하니 이렇게 맑고 깨끗한 분들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이곳이 법당이다. 가을이라 여기저기 국화가 많이 보인다.
친구들 아홉명이 같이 갔는데 절 입구 벤치에 두명이 주저 앉아
버리고, 또 중간쯤에서 몇명이 주저 앉아 버리고 나와 영자만
법정스님 계시던 진영각 까지 올라갔다.
나도 요즘은 허리가 아파서 걸음이 빠르지도 않은데 나보다도 못한
친구가 더 많아서 마음이 저려 온다.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뭘 태우는것 같은 흔적이 있는데
혹시 이곳에서 다비를 치르는지 모르겠다. 물어 볼 사람도
없고...
법정스님이 기거하던 진영각이다.
오른쪽 아래 의자는 법정스님이 쓰시던 것.
참 소탈하다. 텅빈 충만을 저 의자를 보면서 느껴 본다.
경내에 있는 찻집, 여기서 대추차 한잔씩을 마셨다.
아무리 자손이 없고 불심이 깊다고 해도 이렇게 크고
비쌌던 요정을 아무 조건도 없이 법정스님께 드릴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참 대단하신 분이다.
그리고 법정스님, 요정을 물려받아 절을 만들어 놓고 종교간의
교류와 함께 누구라도 쉬어갈 수 있도록 하셨다니 흉내도 못 내볼
나같은 사람은 그저 고개만 숙여질 뿐이다.
가을이 내려앉은 길상사로의 소풍
잠시만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버리기 연습을 해볼려고 다짐하면서
맑은 하늘, 맑은 공기속에서 맑은 정신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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