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을 세번이나 갔었지만 관광지만 돌아다녔지 일반 시민들이 사는
주택가는 거의 가보질 못했다.
달리는 차창밖으로 언뜻언뜻 비치는 풍경속의 북경은 중심지역은
후통이라고 부르는 골목길의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집들이 대부분이고
좀 외곽으로 나가면 고층아파트들도 많이 보인다.
고도(古都)의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이 바로 북경이다.
딸이 사는 동네는 중심지에서 좀 떨어진 외곽지역이다. 이곳은 지은지
2,3 년 정도된 신흥주거지역으로 꽤 큰 집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상사의 주재원들을 비롯하여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동네의 주택단지들은 담으로 둘러 쌓여있으며 문에는 군인 비슷한 복장을
한 경비원들이 방문차량과 사람들을 일일히 체크해서 들여 보내고 있다.
정문이든 후문이든 문에는 차단기가 내려져 있으며 사람이 출입하는 문도
닫혀져 있다. 신분확인 후에 차단기를 올리거나 걸어 온 사람은 쪽문을
열어서 들어가게 하는것이 우리에게는 많이 낯선 풍경이다.
처음에는 약간 무시무시한 기분도 들고 이상하기도 해서 들고 날때 마다
한참씩 쳐다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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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과 창문에 붙어 있는 복을 부른다는 글씨 福 자인데 거꾸로
붙어 있다.
왜 거꾸로 붙어 있느냐고 물었드니 귀신이 지붕에서 아래로 내려올때
저렇게 붙혀놓아야만 글씨를 바로 읽는다나...
귀신이 읽기 좋게 하기 위하여 저렇게 붙혀 놓는것이 중국의 전통이라고
하는데 맞는말인지 틀린말인지 잘 모르겠고 그냥 우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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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네를 돌아다녀 보니까 글씨를 바로 붙혀놓은 집도 있다.
내가 그 이유를 꼭 알아야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집은 바로 붙혀져 있고
어느집은 거꾸로 붙혀져 있고... 하여튼 아리송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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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안의 주택이 400호가 넘는다고 한다. 줄잡아도 1,000 명이 훨씬 넘게
살텐데 그저 조용하기만 하고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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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같지 않고 서양 어는 마을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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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만나지는 사람들은 청소원과 경비, 그리고
고장난 곳을 고쳐주는 기술자들 뿐이다. 저 사람들은 기술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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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안 구석구석 순찰을 돌고 있는 경비,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인사성이 바르다.
옆으로 지나치다 보면 어느새 다가와서 니하오 하고 인사를 한다.
먼지가 많은 북경이다 보니 청소원들은 바깥도 걸레질을 하는 곳이 많고
마당도 늘 깨끗하게 청소하는데 일 하다가도 주민만 보이면 니하오를
연발하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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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곳이 후문 초소인데 차단기가 올려져 있다. 신분확인이 된
차량을 들여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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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자가 없을 때는 저렇게 차단기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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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밖으로 데크같은 곳이 있어서 가보았드니 자전거 보관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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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개조한것 같은 이 조그만 차는 북경에서 많이 보이는데
저 차를 타고 부부간에 다정하게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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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택단지 안에는 유일하게 가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이곳이다.
과일과 채소, 고기를 파는데 과일과 채소는 모두 이불같은걸로 감싸두었고
고기는 냉장고에 넣지도 않은채 그냥 나무토막처럼 굴리면서 팔고 있다.
아무리 얼린 고기라지만 괜찮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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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을 위한 스포츠 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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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사우나도 있다.
나는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딱 한시간씩 수영을 했는데 갈 때 마다 완전
독탕이었다.
혼자서 수영하는데 안전요원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는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고 거북하기도 해서 얼른 나와 버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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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안에 이렇게 큰 온탕이 있다. 쉬는 의자도 있고.
말이 통하는 일행만 있다면 온탕에 몸을 푹 담그고 노닥거렸으면 딱 좋겠는데
혼자서는 그럴수도 없고 한번 쓰윽 들어갔다가는 나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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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단지 안의 공원이다. 공원은 우리 평촌의 중앙공원만큼 넓다.
그런데 이 공원도 주민만이 카드를 대고 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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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는 옥외수영장도 있고 테니스장도 있고 놀이터도 있고
여러가지 운동기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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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도 잔디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이 흔한 곳이라 그런지 인건비가 싸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 겨울에 무슨
잔디 손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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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앞 스쿨버스 정류장이다. 이 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국제학교를 다닌다.
북경의 국제학교가 스무개가 넘는다는데 대기자가 많아서 입학이 무척 어렵다고 한다.
이 곳을 하루에 두번씩 왔다 갔다 했다.
아침에 데려다 주고, 저녁때 데릴러 오고.
중국은 빈부의 격차가 아주 심한것 같다.
이런 마을에서 보면 가짜상품이나 만들고 남의나라로 불법어로나 하러 다니는
그런나라 같지가 않다.
추측컨데 이 곳에 사는 중국인들은 중산층을 넘어서 상류층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닐까?
사진에서 보다시피 시설이 이렇게 좋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관리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 산다는건 아무래도 특수계층일것 같다.
딸네는 회사에서 마련해 준 집이고 관리비도 회사에서 내 주니까 예외이지만.
큰 길 하나만 건너면 다닥다닥 붙은 옛 마을이 있는데, 사실은 그곳이 무척
가보고 싶었는데 혼자서 카메라 들고 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못 가보고 온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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