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동창 여섯 명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는 가까운 곳의 찻집으로 옮겨 한 두어 시간 수다를 떨다
돌아오는 게 전부인 우리들의 만남, 이번에도 사당동의 한정식집에서
밥을 먹고 마침 같은 건물 같은 층의 한방찻집에서 팥빙수를 8,000원에
판다는 전단지를 붙여 놓았길래 이번에는 그리고 가 봤다.
모두가 이번 여름에는 팥빙수를 안 먹어 봤다고 한다. 나이 드니까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지병을 가지고 있어서 되도록 단 것을 삼가느라
피해 왔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팥빙수나 단팥죽, 팥이 든 아이스케키는 우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그런데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조심해야 하는 나이에
이르고 보니 이렇게 친구들을 만났을 때나 마음 놓고 반칙을 해 보는 것이다.

팥빙수가 1인분으로는 양이 많다.
그래도 여섯 명이니까 여섯 그릇을 시켰는데 다들 조금씩 남겼다.


메뉴판을 보니 김밥도 있고 돈카스도 있다.
다음 달에는 그냥 여기서 만나서 김밥이나 먹을까 했더니 모두 싫다고 한다.
우리가 정해 놓고 다니는 집이 한정식집과 중국집, 그리고 추어탕 집인데
다른곳으로 바꾸면 또 헤매는 해프닝을 겪어야 되니까 여기서 간단하게
김밥이나 돈카스정도 먹으면서 놀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것도 싫고
한정식집도 너무 많이 가서 이제는 옮겼으면 해서 말을 꺼냈더니 싫다고
하는데 음식점은 많지만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
지난번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만나다가 5번 출구로 바꾸었을 때 두 시 간만에야
모두 만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

가게에 장식이 많아 한 번 휘둘러 보았더니 모자도 팔고 있다.



한방 찻집인데 소품들이 아깃자깃 예쁘다.
오늘도 치매환자인 영자는 유희가 가서 데리고 왔다.
길은 못 찾아도 우리가 만나는 날은 용케도 알고 친구에게 전화 걸어서
나 좀 데리고 가라고 한다. 치매라고 해도 모든 걸 다 모르는 건 아닌 것
같다. 5년쯤 되었는데 그래도 더 진행이 안되고 길만 못 찾지 다른 건
거의 정상에 가까운 걸 보면 나쁜 치매는 아닌 것 같다.

음식점 건물옆에 이렇게 근린공원이 있다.
11시 30분 약속인데 내가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라 저기 보이는
운동기구들로 운동 좀 하고 11시 25분에 갔더니 자기들은 모두 11시 전에
왔는데 식당문이 닫혀 있어서 밖에서 기다리다 들어왔다고 한다.
왜 이렇게나 일찍 왔느냐고 하니 눈 뜨자마자 나왔다나...ㅋㅋ
젊은 날에는 모임에 지각들을 많이 해서 지각 시간에 따라 벌금을 매기기도 했는데
이제는 모두들 너무 일찍 와서 탈이다. 갈 곳도 없고 해서 이 날만 기다린다고 한다.
솔직히 찻집에서 수다 떨어도 모두 개별방송이다.
귀가 잘 안 들리니 말이 통일이 안되고 이 말에 저 대답을 하면서도 깔깔거린다.
그 패기 왕성하고 똘똘하던 우리들은 다 어디로 가 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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