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일곱 명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함께 한 세월이 70년에 가까우니 우리는 서로 모르는 것이 거의 없다.
건강상태에서부터 생활형편, 아득한 시절의 연애사, 그리고 남편들의
바람상대 까지도 다 알고 있는 편하고도 편한 사이다.
사당동의 무슨 어시장이라는 횟집에서 만나기로 해서 갔는데 자리가
다 예약되고 없다고 출입문쪽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난방도 안 하는 집인 것 같은데 너무 추우니까 벽 쪽의 자리에 앉으면
안 되겠느냐고 했더니 눈을 아래위로 치 뜨면서 얼마나 무섭게 구는지
도로 나와 버렸다. 11시에 갔는데 자리가 없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또 손님을 무슨 원수나 오랑캐처럼 대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아침부터 장사하는 집에 떠들 수도 없고 조용히 나오면서 우리끼리
"여자들이라 술 안 먹을 테니까 매상 못 올릴까 봐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말았지만 너무 어이가 없다.
그래서 찾아 간 집이 샤부샤부 집
이곳에서는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소고기는 한우냐 수입고기냐 택하라고 해서 우리는 한우로 주문.
소고기 외 야채와 별도로 차려진 음식들은 무한리필이다.
샤부샤부 외 별도로 차려진 음식들에서 가져 온 것
내가 제대로 못 움직이니까 영순이가 가져 다 주었다.
샐러드다. 마요네즈로 무쳤는데 많이 달다.
후식으로 과일과 케이크조각과 팥빙수를 가져다 먹었다.
팥빙수, 팥이 크고 잘 삶아져서 맛있다.
여기서도 후식을 먹는 중에 종업원이 와서 얼른 자리 비켜달라고 한다.
연말이고 주말이라 손님이 많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오늘 일진이
덜 유쾌하다.
그냥 헤어질 수 없어 수다 떨수 있는 커피집을 찾아 나섰다.
음식점이 있는 빌딩에도 커피숍이 있었지만 여기서도 편히 못 있을 것
같아서 뒷 골목 좀 한적한 곳에 있는 커피집으로 갔다.
좀 웃픈 풍경이지만 이 커피숍에는 대부분의 손님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모두 번화가쪽 커피숍에는 못 들어가고 이리로 왔나 보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내 돈 쓰면서도 제대로 대접 못 받는 게 아니라 괄시를
받아야 하는 나이가 원수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몇 년 전에 강남과 명동의 커피숍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적이
있거든. 유독 커피숍에서만 노소 차별을 하는 이유가 뭘까?
비주얼이 꼴 보기 싫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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