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블로거이신 박산 시인께서, 예순 넘어 백세시대를 향한 시니어들과
널리 공감하기 위한 시집을 냈다. 가엾은 영감태기.
가엾은 영감태기는 시나리오로도 동시 집필, 독립영화사 "드라마 박스"에서
제작 중이고 시니어 뮤지컬로도 기획되고 있다.
박산 시인은 티스토리에서 노들나루 박산 이란 블로그명으로 시를 중심
으로 포스팅하는 분이시다.
나와는 조선블로그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 다음을 거쳐 티스토리 까지
같이 왔으니 아주 오랜 인연이다.
딱 한 번 노량진에서 우연히 뵈었을 뿐이지만 책을 내실 때 마다 보내 주시는
인정 많은 분이시다. 고맙습니다.
예서의 시 034, 가격은 12,000 원이나 네이버에서는 재고 소진 시까지
10,800 원으로도 살 수 있다.
위 설명에서 보듯 이 번이 다섯 번째의 시집이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 밤 인사동에서 이생진 시인님을 모시고 시낭송회를
주관하고 있으며 인사동 TV 진흠모의 방송주간이다.
가엾은 영감태기는
제1부 스트레스 죽이기 외 16 편
제2부 초매 외 16 편
제3부 무애 외 16 편
제4부 시작 외 15 편의 주옥같은 시들을 싣고 있다.
책의 제목인 가엾은 영감태기는 길게 쓰여진 시다.
그리고 제가 몇 번을 읽어 본 시이기도 하다.
아마 이 시집의 대표적인 시 인것 같아 소개를 해 본다.
가엾은 영감태기 -박산-
조막만한 몸도 덩치라고
어깨 벌려 걷는 팔자걸음이나마 제멋에 취하고
내가 왕년에로 시작하면....
유도했다 태권도 유단자다
산에 가면 날다람쥐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간에
이 허세 달고 사는 기분도 괜찮은데
예순 훌쩍 넘어 그가 아쉬운 것은 딱 하나 외롭다는 거다.
의리 상실하고 5 년 전 먼저 소풍 떠난 마누라가 밉다.
하나 있는 딸년을 작년에 여의고 나니
집에서 밥 해 먹는 일도 궁상맞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문화센터 스포츠댄스 배우러 갔다가
반년 만에 교양 만점 배여사를 만났다.
붉고 짙게 바르는 화장이 아니어서 좋고
꼭 끼는 바지 대신 치마를 입으니 보기에 여유로워 좋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함께 마셔서 좋고
톡 까놓고 통성명은 안 했지만
얼핏 맞춰 보니 나보다 한 살 아래 또래인 것도 좋고
무엇보다 혼자 산다니
이 홀아비 마음 과부가 어련히 알까 그게 최고로 좋았다
만난 지 석 달이 지났다.
밥도 먹고 공원도 갔었고 영화도 구경하고
살아온 얘기부터 사는 얘기 까지 그럭저럭 많이 나눴다.
헤어질 때면 그놈의 체면이 무언지
아직 남은 힘이 뭉쳐지면서
더 큰 외로움을 외롭다 말하지 못했다.
이참에 아예 합칠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입가에 미소가 돌았고
배 여사와 배를 맞추는 일 까지 상상하니
이 나이에도 이부자리 설렘이 크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너지지 뜻을 전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생을 함께하는 게 어떻겠냐고
시간이 필요하면 제주도라도 가서 생각 해 보는 게 어떻켔냐고
"싫다" 소리 없이 웃으며 헤어졌는데
다음 날 부터 문자 소통이 일방 끊어졌다
열흘 후 배 여사의 눈이 째진 며느리가 찾아 왔다
선생님, 순진한 우리 어머니께 그러시면 안 되지요
혼인신고도 안 하시고 함께 사시자니요
참 어처구니가 없네요
품위 있어 보이시는 분이
우리 어머니를 어찌 그리 만만히 보시는 거에요
함께 사시고 싶으시면 정식 절차를 밟으세요
(어린아이 타이르는 어조의 그녀의 말은 계속 됐다 ....중략...
조용히 일어나 커피 값 내고 그냥 나왔다)
화도 나고 쪽도 팔리고....하고 싶은 말이야 많았지만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옥방에 찬 자리여"
이몽룡이도 못 된 중뿔난 방자 신세가 더 서럽다
이는 시가 아니고 한 편의 콩뜨를 읽는 기분이다.
만남에서 부터 퇴짜를 당하는 순서가 일목요연하게 너무 사실적이다.
이 처럼 시인의 시는 어렵지도 않으면서 무언가 묵직한 울림, 후회, 체념
같은 단어들을 떠오르게 한다.
가엾은 영감태기가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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