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마셔야 천재가 된다.
미학도 철학도 문학도 아니다. 그저 그림일 뿐이다.
그림 사이사이에 붙여져 있는 화가의 편지, 수필, 일기 등을 읽어 보며
2층의 달과 항아리를 주제로 그린 그림들을 관람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은 "거대한 작은 점" 이라는 주제의 그림들이다.
점을 주제로 한 그림, 추상화이기에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림들 앞에 섰는데 예상외로 나 처럼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보시다 시피 그림들이 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샛별 1964,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무제 1968, 파피에 마쉐 개인 소장
우주 5-iv-71-200 1971 년 개인소장
이 그림이 우리나라 미술역사상 최고의 경매가 132억 원을 기록했다.
경매수수료 까지 포함하면 153억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이다.
2019년 홍콩 크리스타 경매에서 글로벌 세아그룹 김웅기 회장이 낙찰받은 후 자택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 전시회에 내어 놓았다고 한다.
삼라만상의 우주와 고향인 전남 신안 섬들의 그리운 바다와 밤하늘을 김환기 화백만의
감각으로 표현한 "우주" 는 화가가 미국 뉴욕에 머문 시절 작업한 추상 점화들 가운데
유일하게 두폭짜리 그림으로 규모도 가장 크다.
이 그림 앞에서는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몰려서 그림만 보는 게 아니라 저마다 인증 사진을 찍느라 난리.
전시작품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우주를 보고 나니 그만 맥이 탁 풀려 다른 그림들은
건성건성 넘어 가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이 일기에서 보면 7,12에 수술이라고 했는데 7,25에 사망한 걸로 보면
수술이 성공 못한 것 같다.
생전의 김환기 화백
전시실의 마지막에는 주고받은 편지, 일기장, 사진, 또 화가의 그림이 그려진 달력,
보도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족들이 꼼꼼하게 모든 자료를 다 잘 수집해 놓은 것 같았다.
무슨 방명록인지 아는 이름도 보인다. 전숙희 박화성 이우환 최정희... 익숙한 이름들이다.
교류가 상당히 폭넓었던 듯.
이번 호암미술관이 새롭게 리뉴얼한 기념으로 열고 있는 김환기전은 9,10까지이며
일반 14,000원, 경로 7,000원이고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어렵게 문화인이 되어 본 날, 전시를 보고 나서 여기까지 온 김에 날씨는 덥지만
희원산책을 나섰다.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에 뵙겠습니다 (0) | 2023.09.11 |
---|---|
9월을 맞으며 (130) | 2023.09.02 |
한 점 하늘, 김환기 전 (1) (58) | 2023.08.19 |
섬시인 이생진 시선집 (78) | 2023.08.16 |
바오밥나무와 달팽이 (87) | 2023.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