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려서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
버린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내다 보니 아직도 고운 자태로
남아있는 단풍든 나무들이,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들도 보다
더 많아서 마음이 즐겁다.
베란다 창문으로 내려다 본 우리아파트 정경이다.
물론 비 오기 전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볼만하다.
이 정도로 예쁜 단풍이 남아있는데 아무리 입동이 지났기로
겨울이라고는 할수 없지.
장미도 곳곳에 조금씩은 남아 있다.
앙상한 나무의 열매는 감이다. 까치밥을 하기에는 숫자가
좀 많지만 아무도 따지 않으니까 그냥 두는거다.
아파트의 경비아저씨들은 요즘 종일 빗자루를 들고 산다.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는 낙엽들, 힘들지요 하고 물어보니
그래도 눈 내리는 겨울보다는 낫다고 한다.
산수유도 달린채로 있다. 아마 저대로 얼어 버리겠지.
단독주택에 사는걸 소원했던 적이 있다. 손바닥만한 마당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봉숭아도 심고, 맨드라미, 채송화도 심고, 상추도
심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아파트가 오히려
편하다. 나뭇잎이 떨어지거나 눈이 내리거나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집수리에 신경 안써도 되고, 그냥 편하니까 좋다.
이곳 평촌으로 이사 온지 어느새 25년이 지났다.
이 집에서 딸 둘을 시집을 보냈고, 나는 퇴직을 하고 이웃도 사귀면서
무난한 노년을 즐기고 있다.
처음 퇴직을 하고 10여년은 아침마다 수리산이나 모락산을 올랐다가
오후에는 또 수영을 갔었는데 이제는 등산은 다 접어 버리고 사진에
보이는 이 길을 걷는다.
날씨가 좋은날 주로 새벽에 한 시간 가량 걸으며 실컷 수다를 떤다.
요즘은 워낙 미세먼지도 심하고 새벽에 일어나면 어둡기도 해서
헬스장에서의 시간을 좀 길게잡고 산책 나가는것은 삼가고 있다.
올 해의 가을은 단풍도 유난히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 좋은건
가을이 느릿느릿 가는거다.
아직은 이렇게 고운 단풍도 남아 있으니 겨울은 절대로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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