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라는 이름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3도의 수군을 통괄하는 삼도수군통제사영
(三道水軍統制使營)을 줄여 부르던 통제영 또는 통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선조 26년(1593년) 한산도에 통제영이 설치된 이래 조선후기 내내 남쪽바다를
지키는 중심지로서 명성을 떨쳤다는 통영은 또한 많은 인물들을 배출한
고장이기도 하다.
토지의 작가로 유명한 박경리 선생님을 비롯, 화가 전혁림, 시인 김춘수, 유치환,
김상옥 선생님이 모두 이곳 통영출신이다.
신석기시대 부터 사람이 살고 있어 신석기문화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라고 하지만
나는 통영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불쑥 어느 골목에서 김약국의 딸들을 만날것만
같은 착각, 우체국앞에서 편지를 쓰고 계시는 청마선생님을 만날것 같은 착각
속에 사로잡혀 여기가 혹 김약국의 딸들이 지나갔던 길이 아닐까? 저기가
혹 청마선생님이 편지를 쓰고 부치던 곳이 아닐까 하면서 살피고 또 살피면서
지나 다닌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의 어느벽에 쓰여져 있는 백석 선생님의
통영이라는 시다.
맨밑줄의 판데목이란 일제시대 만든 해저터널이 있는 곳의 지명이다.
올망졸망 많은 섬들을 안고 있는 통영바다, 흔히들 통영을 한국의나폴리라고
하지만 그건 결코 찬사가 아니라서 나는 절대로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다.
나폴리를 가본 사람들은 쓰레기더미속의 도시 나폴리를 절대로 통영과
견주지는 않을것이다.
통영은 그냥 통영이다.
달아공원에서 저녁노을을 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날이 흐려서....
노을은 못보게 생겼지만 사람들은 그저 즐겁기만 한가 보다.
달아공원 올라가는 입구에 만들어 놓은 하트모양
여기 이 지붕이 보이는 곳은 통영수산과학관이다.
리조트 바로 옆에 있었는데 들어 가 보지는 않았다.
바닷가라고 해서 농사를 안 짓지는 않는다. 넓은 들판은 아니지만
벼들이 누렇게 익어서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박경리기념관 앞의 논이다.
박경리기념관은 수리로 휴관중이라 못 들어가 보았다.
통영시내의 강구안이라는 이름의 포구다.
활어를 전문으로 팔고 있는 시장인데 대통령이 다녀가신 모양이다.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나는 이 시장에서 볶음용멸치와 홍합말린걸 좀 샀다.
자동차안에서 본 충무대교. 이부근에 다리가 두개 있는데 밤 야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밤에 갔는데 절전한다고 조명을 다 꺼 놓아서 캄캄한
바다만 바라보다 돌아섰다.
전력사정이 이렇게 어렵도록 만든 사람들이 미워진다.
통영에서 만난간판들이 참 재미있다. 거북선, 이순신, 한산도 이런 이름들이
많아서 여기가 통영이라는걸 금방 느끼게 해준다.
시내를 다니며 간판들을 보니 충무깁밥과 꿀빵, 누비가게가 아주 많다.
통영의 갓, 나전칠기와 더불어 누비기술도 통영의 자랑거리다.
그 유명한 충무김밥, 옛날 이곳에 살던 어부의 부인이 남편도시락을
싸주는데 속에 넣을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맨밥을 김에 말아서 준것이
시작이 되었다는 충무김밥은 서울에서 파는것과는 판이하게 맛이 다르다.
특히 무김치와 어묵무침은 새콤달콤하면서 사각사각 씹히는게 아주 맛있다.
이 상차림은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간 제일 유명하다는 멍게비빔밥집,
1인분에 11,000원으로 싼 가격은 아니다.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져 나오길래 멋모르게 탄성을 질렀지만 막상
먹어보니 게다리와 가재는 얼음덩어리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전어와 생멸치초무침은 맛이 좋았다.
게를 쪄서 냉동보관을 했으면 다시 데워서 줘야지 그냥 냉동된채로
주니까 차기도 하고 아무 맛도 없고....
멍게비빔밥, 여기다 밥을 넣고 비벼먹으라고 한다.
이것이 경상도식 생멸치를 손으로 찢어서 초장에 무친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통영을 다녀간것은 스무살즈음이었다.
그후 통영을 여러번 왔지만 늘 일행들과의 시간에 쫓겨 정작 내가
보고 싶은것은 못 보고 돌아갔다.
사실 나는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골목, 박경리 선생님의
소설속에 나오는 곳, 사람... 그런곳들이 보고 싶고 가고싶다.
토지의 꼽추로 나오는 병수가 소목이 되어 일했던 그 소목가구들을 만드는
공방도 가보고 싶고 나전칠기의 명장들을 만나보고도 싶고 특히 통영
우체국에 가서 나도 누구에겐가 엽서라도 부쳐보고 싶은데....
이번 통영여행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긴 하지만 전혁림미술관도 가보고
시립박물관도 가보고 청마선생님 생가도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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