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고 해도 아들은 산으로, 나는 집에서 TV만 죽이고 있었으니
별다른 이야기거리도 없다.
올 해는 나도 몸이 자유롭지 못한데다가 딸조차 거실에서 미끄러져
팔을 다쳐서 깁스를 하는 바람에 차례음식도 아들이 만들었다.
아무리 나이가 많다지만 살림을 안 해본 아들이 뭘 알아야지
나는 입으로, 딸은 한 손으로, 아들은 두 손 두 발 다 쓰며 겨우
전 몇 가지를 부쳐서 차례를 지냈다.
애호박전, 대구포전, 부추전, 그리고 산적대신으로 꼬치를 좀 부쳤다.
성균관에서 전을 차례상에 안 올려도 된다고 했지만 그건 각 자의 마음의
문제인것 같다.
차례상도 차례상이지만 전을 안 부치면 식구들이 명절에 뭐 먹을게 있어야지.
굳이 차례가 아니드래도 명절인데 기름냄새가 좀 나야지 하는게 내 생각이다.
나는 식탁에서 휴대용 인덕션으로, 아들은 가스렌지 위에서 전을 부치고
딸은 한 손으로 이런 저런 심부름도 하면서 싸움도 안 하고 도란도란
전도 부치고 나물도 하고 탕국도 끓였다.
떡은 샀고, 번거로운 음식은 하나도 안 했지만 차례상이 초라하지 않은게
신기했다. 과일과 떡, 약과 산자같은 손 안 가는걸로 상이 반은 채워졌으니
이 어줍잖은 음식들로도 초라하지 않아 마음이 덜 심란했다.
설날, 딸네 식구들 다 돌아가고 아들은 산으로 내 뺀뒤 나는 며칠간 무료영화만
봤다. 러브 알레스카, 폭풍이 지나간 뒤, 마지막 버킷리스트.... 매일 한 두편의
영화를 보고 즐겨보는 주말 드라마, 그리고 걸어서 환장속으로를 킥킥거리며 보고
김호중과 정동원이 나오는 화사쇼도 봤다.
연휴 3일째는 따뜻하길래 나가서 5,000 보 가까이 걸었다.
4,000 보는 지팡이 짚고, 1,000보는 지팡이 없이.
그런데 연휴 마지막 날은 너무 추워서 집에서 또 영화만 봤다.
이제 설을 쇠어도 나이 한 살을 더 먹지 않아도 되니 좋은데 손녀 지수가 사회인이
되었으니 세뱃돈 안 나가는것도 좋은데 아들과 딸이 용돈까지 제법 두둑하게
줘서 완전 좋다. ㅋㅋ
블로그를 며칠 쉬는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웃님들 소식이 궁금했지만 꾹 참았다.
이제 오늘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와 블로깅도 하고 연휴라 쉬었던 재활병원으로
치료도 다니고 날씨가 좀 풀리면 걷기도 부지런히 할거다.
다시 한번 자신에게 홧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