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을 나갔드니 반소매 옷을 입은 팔이 약간 선듯함을 느끼게 했다.
벌써 여름이 다 지나갔다는 신호인듯 해서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어쩐일인지 이번 여름에는 바닷물이던 냇물이던 물에 발 한번 못 담궈보고
지냈다.
해마다 덥거나 말거나 해운대를 갔었는데, 올해는 보길도를 가긴 했지만 고산
윤선도의 자취만 찾아 다녔지 바닷물에 손도 발도 담궈보지 않았고.....
여름내내 비가 내려서 꼭 동남아지역의 우기처럼 맑은 하늘 한번 못 보고
보내 버린 여름, 여름답지 않은 여름을 보내기가 아쉬워 물좋고 공기좋다는
청평사계곡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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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들어가는 입구로 들어서자 마자 계곡물이 넘쳐 흐르는게 보인다.
비가 많이 내려서 좋긴 좋구나 !
절 앞까지 걸어가면서 일단 계곡 감상부터 하고 어디든 시원한 자리를 찾아
손발이라도 한번 담궈봐야지 하면서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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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많아 공기도 맑고 물도 맑고 흐르는 소리도 청아하다.
시인이었드라면 이럴때 시 한수 짓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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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드문 드문 사람들이 보인다. 청평사로 가는 이 길은 자동차를
내리거나 소양호에서 배를 내리거나 한 20분쯤 걸어야 한다.
포장이 안된 흙길이라 걷기에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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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에 나오는 그 공주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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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아무래도 산보다는 바다로 가는걸 좋아했는데 여기 골짜기에
들어 와 보니 바다 보다 산이 더 좋은것 같다.
아, 시원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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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폭포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물 흐름이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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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구성폭포 앞에 왔다.
비가 많이 와서 폭포가 아주 우렁찬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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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덥지는 않다 보니 사진찍기에만 바쁘고 막상 물에 뛰어드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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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곡에는 삼삼오오 얘기꽃을 피우며 발을 물에 담그고 유유자적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절 입구까지만 갔다가 나도 저 속에 끼어 들어야지 하고 생각해 보면서
또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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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입구다. 청평사는 일주문이 없고 저 나무 두 그루가 일주문을
대신한다.
몇번 와 본 절이기에 절 구경은 안하기로 하고 여기서 되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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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소양호의 나루 풍경이다. 계곡으로 접어들면서 다리 위에서
바라 본 풍경이다.
우리는 배를 안타고 버스로 갔기 때문에 소양호쪽으로 가지 않아서
그냥 먼 빛으로 소양호를 바라보기만 했다.
어느새 올 여름도 이렇게 다 지나가나 보다.
열어놓고 자던 창문도 닫아야 할 만큼 선선해져 가는 날씨, 오늘 아침의
반팔 윗옷은 오히려 춥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가을이 멀지 않은것 같다.
그러나 왜 이리 허전할까? 가을이 오면 더위를 몹씨 타는 나는 좋아해야
하는데 이제는 세월 가는게 정말 싫다.
세월도 벽시계처럼 한번씩 고장나면 안되는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