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를 20년 가까이 사용했다.
이 집에 입주하고 15년쯤 지났을 때 큰 수리를 한 번 했다. 쓸모없는
방 뒤쪽 베란다를 뜯어 방을 넓히고 싱크대도 다시 하고 아무튼 전체적인
집수리를 할 때 가스레인지 역시 새로 샀었다.
그때만 해도 싱크대를 새로 하니까 가스레인지를 싱크대 안으로 집어넣고
취사하는 곳만 보이도록 설치해서 주방이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그로부터 세월 흘러 20여 년이 지난 며칠 전 당근을 볶다 잘못해서 몇 조각이
가스레인지 안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걸 꺼내려고 싱크대 위의 하얀 판을 들어내고 속을 들여다본 순간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더럽고 녹슬고 희한한 밸브연결 부분이
보이는 것이었다. 절대로 보고는 다시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가 막히게 더러웠다. 늘 위의 하얀 판만 닦아서 겉으로 보면 너무 깨끗해서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 했는데 이렇게 더럽다니...

보시다시피 흰 판 위는 깨끗하다. 그런데 당근조각을 찾으려고 저 판을 들어
내니 그 밑의 가스레인지와 가스관 연결 부분이 너무너무 더럽고 녹도 많이
쓸어 있었다.
회계사인 손녀 덕분으로 삼성전자의 가족할인으로 725,000원에 인덕션을 샀는데
오늘 설치해주러 왔다.

설치하러 온 직원들이 가스를 끊고 설치를 하는데 저 구멍 뚫린 부분이
가스레인지의 생선 굽는 그릴이 있던 자리인데 메꾸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두면 오히려 공기가 잘 통하니 안전에는 좋다고 하는데 보기에는
별로다. 설치비용은 25,000원이다. 원래는 신상품 구입 시 설치 비용은 없는데
가스레인지 뜯어내고 톱으로 좀 잘라내고 하면서 약간의 공사가 있었다.
솔직히 재건축 계획만 없다면 한 20년 썼으니 싱크대 전체를 다시 바꾸고 싶은데
언제 이사해야 할지도 모를 집에 수백만 원을 들인다는 건 아까워서 할 수가 없다.
저렇게 살든지 판자조각 같은 걸 구해서 우리가 메꾸어야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단에 있는 매뉴얼을 보고 사용법을 설명 들었다.
국산 가전제품들이 성능이 좋아서 드림세탁기도 그 무렵 샀으니 20여 년
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 또한 어느 날 갑자기 고장 난데도 하나도 이상할 건
없다.
처음 결혼했을 때 연탄에서 그리고 석유곤로, 그다음이 가스레인지였고 이제는
인덕션으로 바뀌었으니 우리 집 부엌도 세월 따라 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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