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김장하는 날 돼지고기 수육을 김장김치의 속을 빼서 버무린
겉절이와 함께 먹는 것이 풍습처럼 되어 버렸다.
하기야 우리들 젊은 시절에는 워낙 김장도 많이 했고 또 수육까지 만들어 먹을
형편도 못 되었으니까 김장 일 끝나면 이튿날 대중탕 가는 걸로 피로를 푸는 게
고작이었다.
요새는 배추를 절여서 씻어서 파는 걸 사서 하니 일도 반으로 줄고 또 김치도
많이 담그지 않으니까 이래저래 여유가 있는 거다.
딸은 대관령의 절인 배추 30킬로를 사서 김장을 했다고 한다.
수육 만들었으니 와서 저녁 드시고 김치도 좀 가져가라고 한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군
사위도 거들었는지 손에 붉은 고무장갑을 끼고 서성이고 있다.
올 6월에 퇴직한 사위는 다니던 회사의 거래처에 스카우트되어서 주 3일 아르바이트를
가는데 주말이니까 거들은 모양이다.
몇 가지 반찬이 놓였지만 손이 제일 자주 가는 배춧속과 수육.
내 입에는 모든 게 달다. 아프면서도 늘 입맛은 꿀맛이라 약간 민망할 때도 있다. ㅋㅋ
돼지고기가 잘 삶아졌다. 술술 잘도 넘어간다.
사진에는 없지만 와인도 곁들였는데 내가 술을 못 마시니까 사진도 안 찍었네.
50대 후반으로 접어든 딸이 올 해는 거실에서 미끄러져서 손목을 다쳐 오래 고생도 했고
코로나도 두 번이나 걸려서 힘이 달린다고 김장을 많이 못했으니 조금만 가져가라고 한다.
이제는 김치 없어도 밥을 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김치 의존도에서 벗어 난 우리 집도
작년김치가 한통이나 남아 있다.
그러니 걱정 말라고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딸이 이미 통에다 담아 놓았다. 김치통도 아닌 자그마한 통으로 하나지만 얼마 전에
내가 담근 총각김치도 있으니 충분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파김치도 한 통
김장김치 속이다. 먹어보니 맛이 약간 색다르게 느껴진다.
무슨 젓갈을 사용했느냐고 물었더니 새우젓과 황석어젓 그리고 꽃게젓을 섞어서
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와 배를 채쳐서 버무리고.
꽃게젓은 처음 들어 본다. 요새는 참치젓도 있고 별별 젓갈이 다 있다고 한다.
세상 참 좋아졌네 소리가 절로 나오네.
아이들이 어느새 중년으로 접어들어 내게서 김치를 얻어먹던 딸이 반대로 내게
김치를 해 주고 마냥 어리광만 피우던 아들은 잔소리쟁이 시아버지로 변했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노년의 아픈 내게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저녁 잘 먹고 김치 한 보따리 얻어 돌아오면서 나는 즐겁게 랄랄랄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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