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낭만의 오타루 운하, 옛날에는 일본 본섬에서
물자를 싣고 온 대형선박이 오타루항에 입항하면 거룻배가 왕래하며
운하를 따라 늘어선 창고까지 짐을 실어 날랐던 곳이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여행객들에게 운치있고 분위기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곳으로
변모한 오타루 운하다.
가이드는 버스안에서 말하기를 오타루 운하에 도착하면 모두들
"이게 운하야?" " 이게 끝이야?" 하는 곳이니까 길고 크고 아름답고
그런곳이라고는 상상하지 말라고 하면서 미리부터 실망할까봐 힌트를
주었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오타루 운하는 낭만 그자체였다.
레스트랑이나 기념품 가게등으로 변신한 옛 창고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그 창고 벽면에 낀 푸른이끼며 운하를 오가는 놀잇배,
운하주위를 거니는 사람들, 모두가 한폭의 그림이었다.

오타루 운하는 1914년에 착공, 9년걸려 완공하였으며 길이 1,3 킬로미터
폭 40미터로 일본영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타 찰영 후 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의 여주인공이 운하의 설경을 배경으로
오겡끼데스까 를 소리친 장면을 모두들 잊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곳이
바로 이 오타루 시내에 있는 덴쿠야마 산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아마 산위에서 소리칠때 이 운하가 배경으로
보였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타루 시내의 다른곳에서도 러브레타에
나오는 우체국을 만나기도 했다.

운하를 끼고 있는 거리의 풍경

오타루 운하앞에는 운치를 더해주는 인력거가 모여있다. 이곳에서
인력거를 타고 운하도 구경하고 오르골당이 있는 거리도 구경할 수
있다는데 우리 일행은 그냥 걷기로 했다.

인력거꾼들은 의외로 청년들이 많이 보인다.
저 지카다비(地下足袋) 에서 일본인들을 두고 쪽발이라고 부르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모양이 돼지족발을 닮았다고 해서 돼지족발 하던것이
돼자가 없어지고 이자가 더 붙어서 쪽발이가 되었다고...
우리들 어린시절, 저 신발을 신은 일본인들도 보았고 또 집안 어른들이
신은것도 많이 보아왔던터라 낯설지는 않다.

어딜가나 요즘은 사진찍느라 난리다. 모두가 카메라를 갖고 있으니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이지만 오타루 운하에서는 인물사진들을 많이 찍는다.

짧고 좁거나 말거나 오타루 운하는 명실공히 오타루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물빛이 곱지는 않았다. 날씨탓인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저 놀잇배를 타고 운하끝까지 오르내려 보고 싶었는데 가이드는
이곳에서도 우리에게 짧은 시간만 허락했다. 다음 코스로 얼른 가야된다고.



나도 저렇게 배를 타고 운하를 즐기면서 옛 창고들이 불 밝히기를
기다렸으면 좋겠는데...



보이는 건물들이 옛 창고들이다.


이 할아버지, 그림을 그려서 파는 모양이지만 내 눈에는 이 모습도
무척 낭만적으로 보였다.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들이 가격표와 함께 벽에 붙어 있다.


모두 즐거운 얼굴들, 손을 흔들어 주었드니 그들도 따라서 흔들어 준다.

벽에는 옛 운하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돌아오면서 보니까 그림그리던 할아버지도 뒷짐지고 거닐고 있다.

오타루 운하 4계절의 그림엽서, 한장에 100 엔.


운하부근의 가게들, 일본은 가는곳 마다 파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상점구경도 꽤 재미가 있다.

나는 이곳에서 100엔씩 하는 캬라멜만 몇 통 샀다.
오타루 운하에 해거름이 찾아 오는데 우리는 아쉽게도 다음 코스를
보기 위해 떠나야만 했다. 또 하는 타령이지만 자유로 왔다면 저
놀잇배도 타보고 운하에 드리우는 저녁놀도 구경하고 옛창고들이
밝히는 불빛의 아름다움에도 취해 보는건데,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