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대추나무 밑에서

데레사^^ 2016. 9. 2. 01:23





 

대추 한 알

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께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아파트 마당에  몇 그루  있는  대추나무에서  대추가 영글어 가고 있다.

추석이  가까워 오니까   그 무덥던  여름이   자취를  슬그머니 감추면서

어느새  대추가 저렇게  익어가고  있다.

 

고향집   장독옆에  큰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무도  컸고  대추도  많이 열렸었다.   아버지는   추석 대목장에

잘 익은  대추를  부대자루에   한가득  따서  장에 내다 팔아서

제수장을   봐오곤   하셨다.

효자 대추나무 덕에  우리집에서는  추석 장보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어느핸가  그 대추나무가  잎이  오그라 들면서

말라버리고는  대추가  열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대추나무가  미쳐 버렸네 하면서  베어버렸는데

그 후 나는  공부를  한다고  도시로  떠나와서   다시  대추나무를

그 자리에 심었는지  안 심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낮에  아파트 마당을  돌다  익어가는  대추를  보니  문득  고향생각도

나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이라는  시도  생각나서   나무밑에  한참을  서성거렸다.

 

가지를  흔들어  몇 알을  따 먹어 보니  어느새  맛이 들었다.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짙다.

추석에는  더  맛있어  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