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해발 790 미터의 이 산은 충남에서는 계룡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산
이다. 서해안 바다에서 보면 등대처럼 우뚝 솟아있고 가을이면 억새가
아름다워 축제까지 열리는 산인데 중간쯤 오르다 말고 내려온걸 자랑처럼
써야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친구 다섯이서 갔는데 도착하자 마자 장터처럼 이것저것 팔고 있는
마을 입구에서 부터 친구 셋은 탄성을 지르며 쳐저 버렸다. 생강, 고구마,
파, 호박, 마늘, 콩... 그 앞에서 눈들을 반짝거리며..

요즘은 유명한 산이나 절 입구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이 자기가 생산한
것들을 들고 나와서 파는 사람들이 많다.
도시에서 큰 마트에서만 장을 보던 사람들은 오밀조밀 늘어놓은 물건들을
보면, 직접 기른것이니까 중국산은 아닐테고 하면서 그저 좋아들 한다.

마을에는 가을걷이가 끝난 곳도 있고 아직 벼가 그대로 있는 논도 있다.
도시인들은 누구나 이런 시골에 오면 농사의 어려움이나 고생은 생각지도
못한 채 맑은공기와 풍요한 들판에만 마음을 빼앗겨서 좋다는 소리만
연발한다.

오서산 올라가는 입구, 상남마을 은 생강을 많이 심나 보다.
물론 다른 작물들도 많지만 유난히 생강농사를 많이 하는것 같다.

갓 꽃이다. 김장할때 갓을 넣으면 국물이 칼칼하고 김치가 맛있어 지는줄만
알았지 갓이 꽃을 피운것은 처음 본다.

무가 뿌리를 들어낸채 밭에 심어져 있고 그 옆이 생강밭이다.
생강은 흡사 대나무 비슷하다.
친구들은 생강나무(?)도 처음 본다고 난리들이다.

대봉 감, 나무에서 저절로 익은걸 따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참깨를 털고 계시는 할머니

마을입구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 중에는 도라지도 있고 산나물 말린것도
있다.

여자들은 다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이 분들도 산을 오르다 말고
밭으로 들어 가서 뭔가 캐고 있다. 아마 나물같은것이 아닐까?
산을 오르는건 까맣게 잊어 버린듯.....

평일 산에는 남자들 보다는 여자들이 훨씬 많다. 까짓 정상이야 못가도
좋고 적당한 그늘에서 가을정취나 만끽하면 그만이지 하는 그런
모습들이 많다.

제법 높은곳 까지 올라와서 등산복을 팔고 있는 아저씨


이쯤에서 친구 셋은 안가겠다고 처져 버리고 둘이서만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산길을 오른다.
오서산은 계속 오르막뿐이다. 능선길은 없고 깎아지른듯한 오르막뿐이라
중간 중간에 그냥 퍼져 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ㅎㅎ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 예술작품 같네...

사진으로는 완만해 보이이지만 길은 계속 오르막뿐이다.



한시간쯤 올랐을까? 절을 만났다. 정암사다.

범종각 천장의 그림

불 타버린듯한 흔적만 보이고 대웅전 없다. 극락전과 산신각, 범종각뿐인
작은 절이다.
어느때 지어진 절인가 알아보았드니
동국여지승람 결성현 편에 "정암사는 오서산에 있다" 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어림잡아서 조선초기 이전의 사찰이 아닐까 싶지만
자세한건 어디에도 기록이 없다고 한다.

산신각

여기가 대웅전이 있었던 자리가 아닐까 하고 추축해 본다.

정암사에서 내려 다 본 홍성 들판

오서산이 790미터라고 하니 절까지도 300미터는 될것 같다.
내려다 본 경치가 아주 좋다.


절 마당을 지나 편편한 곳에서는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높은 곳에서
시화전을 하다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한번씩은 읽어 보고 지나가니
장소가 오히려 좋은곳인것 같기도 하다.

지금 산 정상에서는 억새가 한창이라는데 오서산과 어울리는 시 한편을
골라 보았다.
산에 가서 정상을 오르지 않은게 무슨 자랑이라고 이렇게 주절 주절 얘기를
늘어 놓는지, 참 못말리는 할머니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산은 반드시 정상까지 가야만 하는걸로 알았었는데 이제는
힘닿는데 까지만 가는게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친구들은 한술 더 떠서 아예 산 밑 마을에서 처져 버리드니 내려 와서 보니까
밭에서 바로 뽑은 상추와 쑥갓, 파를 사놓고 희희낙낙이다.
나도 강낭콩을 5,000 원 어치를 샀다.
집에 돌아가면 그래도 오서산 갔다 왔다라고들 말하겠지....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