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한 그릇을 먹으며
여고 동창 일곱 명이 그저께 6일에 모이기로 했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추웠다. 마침 아들이 집에 있어서 사당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서 나갔다.
일곱명중 옥남이가 빠졌는데 이유는 아들이 춥다고 못 나가게 해서라고
한다. 이제 우리는 출입에 까지 자식들의 간섭을 받아야 되는 나이인가
생각하니 조금 서글퍼졌다.
한 친구가 옥남이에게 전화를 걸어 "너 아들이 묶어 놓고 나갔니?" 하는
짓꿎은 질문을 하는 바람에 또 한바탕 웃기도 했다.
자주 가는 죽순추어탕 집, 그런데 식당이 너무 추웠다.
벽면에 달아놓은 히터는 장식품인지 켜 주질 않는 데다 우리 좌석이 문 앞이라
더 춥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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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과 강황밥이다.
추워서 그런지 좋아하는 음식인데도 먹는둥 마는 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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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도 깔끔하고 추어탕이 맛있어서 먹고 난 후 포장도 해 왔는데 이 날은
아무도 포장 해 달라고 하지 않고 그냥 얼른 나와 버렸다.
2차로 간 곳은 그 바로 옆의 커피숍.
커피와 과자 조금 시켜놓고 이런저런 그간의 이야기들에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만날 때 마다 20,000원씩 내던 회비를 10,000 씩 더해 30,000원으로
하자고 했다. 요즘 물가로 20,000원으로 밥 먹고 차 마시고 하기에는 부족할 때가
많으니 30,000원으로 하자고 의논이 되었다.
오늘도 치매초기인 친구를 경자가 가서 데리고 왔는데 멀쩡 해 보이다가도
이상해 지곤 한다. 커피숍 의자에 앉다가 의자와 함께 엎어져 버려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너무 놀랬다. 그래서 얼른 헤어져 버렸다.
집에 까지 또 경자가 데려 다 주고.
공식적인 동창모임은 없애 버린지 몇 년 되었지만 여고 3년을 함께 했던 친한
일곱명이 매 달 만났는데 이제는 이렇게 만나는 것도 끝낼 때가 된 것 같다.
항우 장사도 세월은 못 이긴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