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검진 후기, 그리고 점심
내가 다니는 안과는 예약제가 아닌데 환자가 아주 많아 늘 기다리는 시간이
두 세간이나 된다.
9시 30분 오픈인데 9시가 채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접수실은 만원이다.
오늘은 1년마다 정기적으로 하는 눈 정밀검사까지 해야 되는데 얼마나 기다
려야 할지 막막한 기분으로 앉아 있는데 11시쯤이 되어서야 내 이름이
불리고, 검사가 시작되었다.
검사실 직원이 "작년보다 검사비가 올랐어요. 130,000원쯤 나올 거예요" 한다.
웃으면서 괜찮으니 검사나 해 주세요 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여러 검사 중에
시력검사를 하고 나서는 "100점입니다" 해서 웃었다.
의사 만났더니 "눈이 그대로입니다. 녹내장은 변함없고 백내장이 약간 진행이
있어 3,4년쯤 후에 수술을 해야 하지 싶어요" 한다.
우연히 눈에 날파리 같은 게 날아다녀 안과에 갔다가 발견된 녹내장과 백내장,
어느새 이 병원에 다닌 지도 15년이 되었는데 큰 변화가 없다고 하고 나도
책 읽고 블로그놀이하고 그러는데 아무 불편을 못 느끼고 있다.
진료가 다 끝나고 처방약까지 받고 나니 11시 30 분이나 되었다.
아들이 마침 노는 날이라 자동차 가지고 병원 앞으로 오라고 했다.
지친 몸으로 집에 가서 밥상 차리기도 귀찮으니 점심 사 먹고 가자고 요양사까지
셋이서 동지톳밥집을 찾아갔었다.
의왕시 오전동에 있는 둥지톳밥집, 2년 만에 왔는데도 가격도 안 오르고
반찬가짓 수도 안 변했다. 1인당 여전히 13,000원.
이 오징어볶음은 기본으로 나온 게 아니고 10,000을 주고 추가한 것이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따로 한 번 모아 본 것이다.
꽃게무침과 가자미조림, 그리고 밀가루 묻혀서 말린 고추 튀긴 것이다.
병원을 가는 날은 아무래도 지치기 때문에 밖에서 먹고 오는 게 편하다.
오징어볶음 추가 해봤자 49,000원인데 배부르게 맛있게 잘 먹었다.
왼쪽 눈에 녹내장, 양쪽 눈에 백내장, 말로만 듣기에는 어마무시한 것 같지만
이런 눈으로 살고 있는 나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시력도 남 보다 좋아 이정표도
내가 제일 잘 읽는다.
우연히 날파리 잡으러 갔다가 발견된 녹내장과 백내장이 발견할 당시나 지금이나
큰 변동이 없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밥을 사면서도 기분이 너무 좋아
한 봉지에 10,000원 하는 누룽지도 세 봉지 사서 요양사 하나, 우리 둘
나누었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백내장이야 수술로 간단히 고친다고
하지만 녹내장은 치명적인 것인데 그래도 한쪽 눈이라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의사가 처방해 주는 안압 떨어뜨리는 안 약을 꼬박꼬박 하루 두 번씩 넣었더니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
모든 병들이 다 그렇지만 너무 겁낼 건 아닌가 보다.
살아오면서 몸에 좋다는 것은 별로 해 본 적이 없지만 또 나쁘다는 것도 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