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장보기
매일 먹고사는 문제가 결코 쉬운 건 아니다.
노총각 아들과 몸이 불 펀한 할메가 꾸려 나가는 살림이라 반찬가게에서
사다 먹기도 하고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이
자주 있다.
때로는 사 먹는게 만들어 먹는 것보다 싸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요즘
사먹는 음식은 너무 단짠위주라 건강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래서 요즘 몇 번 반찬도 만들고 집안 정리도 좀 하고 겨울옷도 챙기고
했더니 그것도 일이라고 방광염에 걸려서 한 며칠 고생을 했다.
의사는 나이가 많아지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다고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역시 모든게 원인이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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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마침 집에 있는 날이고 나도 재활병원 안 가는 날이라 이마트로
둘이서 장 보러 갔다.
계란도 사고 과일도 이것저것 사고 돼지고기 목살에 반건조 오징어, 그리고 옛날 통닭
합해서 136.330원 어치를 샀다.
갑자기 냉장고가 풍성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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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이것저것 다 겪어 보고 가라고 생전 안 걸리던 방광염까지
걸리게 한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면서 재활병원 결석이유를 말했다.
앞으로 또 무슨 경험을 하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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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가을같기도 하고 겨울 같기도 하다.
길에는 눈이 쌓여 있지만 나무들은 아직 단풍이 그대로 있다.
계절도 제 갈길을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
그저께 밤에는 해외의 친지들과 딸, 손자들이 전화로 카톡으로
한국 전쟁났느냐고 물어오는 바람에 그 시간에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채널을 뉴스로 돌렸더니....
아무 말도 하기 싫다. 그저 나라의 안녕을 위해 기도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