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전문점, 260도 에서 의 만남
언제 만나도 유쾌하고 다정다감한 그런 선후배 사이다.
우리 집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에 사는 옛 직장의 선후배 여섯 명이
한 번씩 만나 점심을 먹으며 수다 떨다 헤어지는 그런 모임이다.
몇십 년의 세월을 함께 했기에 공유하는 이야깃거리가 많아
점심만 먹고 헤어지는데도 서너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는 지난 9월에 퇴직한 서현 씨가 밥을 샀다.
분당 오리역 부근에 있는 이름도 이상한 260도라는 음식점에서.
다 구워져서 먹기 좋게 차려진 것인데 고기에 숙주나물을 주는 건 처음이다.
숙주나물과 소고기의 궁합, 처음 먹어 보지만 맛이 좋다.
음식점 실내다. 한우라고 하면 될걸 굳이 영어로 와규라고 쓰여 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나, 고기 구워주는 직원에게 260도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고기가 제일 맛있게 구워지는 온도가 260도라고 했다.
그래서 고기가 맛있다는 의미로 260도라고 이름 지은 모양이다.
파채와 샐러드 아삭이 고추무침이 모두 깔끔하다.
육회도 있고 월남쌈도 있고 양파 썬 것에 덮인 육전도 있다.
육회가 싱싱하고 맛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육회를 좋아하지 않아서...
월남쌈과 육전인데 육전은 밀가루를 입히지 않고 그냥 구웠다.
고기를 굽는데 가스불이 아니고 인덕션이라 연기가 안 나서 좋다.
사진으로 보면 고기가 덜 익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잘 익었다.
고기 다 먹고 김치볶음밥을 여섯 명이 3인분을 시켰다.
맛있게 볶아진 밥, 다 먹고 나니 아이스케이크를 후식으로 주었는데 그건 사진을
못 찍었다.
260도, 무슨 용광로 온도 같아서 ㅋㅋㅋ
주차 방식 때문에 평촌 촌사람인 서현 씨와 나는 겁을 좀 먹었다.
주차빌딩은 처음이라 둘이서 쩔쩔매며 시키는 대로 주차시키고 나니 진땀이 조금 났다.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버린 우리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다음 달에는 내가 우리 동네에서 밥 사기로 하고, 그리고 긴 겨울 지나고 내년 봄에
다시 만날 거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 해도 해도 끝이 안 나는 수다, 결국 식당의 브레이크 타임까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