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초록, 초록
아파트 마당도 나의 산책로도 초록물감을 들여놓은 것 같다.
오늘은 현충일, 요양보호사가 안 오는 날이다.
아들과 함께 나가서 딱 한 시간에 4,692보를 걸었다. 네 번을 쉬면서.
지팡이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손바닥과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요새는
집에 그냥 모셔 두었다.
몇 번 더 쉬더라도 그냥 걸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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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책로, 왕복하면 1킬로다.
오늘은 이 길을 오전에 두 왕복하고 조금 더 걸었으니 3킬로쯤 걸었을 거다.
남의 일에 오지랖인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 어떤 할아버지가 아들을 불러
세우고 묻는다. 멀쩡한 것 같은데 왜 따라다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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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보니 아들은 웃기만 한다.
나도 웃기만 하고.
그 할아버지는 대답을 기다리다 휭 하고 가버리고.
ㅎㅎㅎ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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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에 멀쩡한 것 맞기는 맞다.
다리가 저리고 땅을 디딘 발바닥이 남의 발바닥 같이 따갑고 아파서 걷는데만
열중하다 보니 옆으로 가는 자전거, 싱싱 카, 강아지들을 내가 잘 못 봐서
넘어질 것 같은 일도 있는 것을 남이 어떻게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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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감사한 마음이다.
의료진과 치료사, 그리고 집으로 오는 요양보호사와 우리 가족들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아직은 1 주일에 3 일씩 가는 재활병원의 치료 겸 운동을 언제 끝낼지는 모른다.
어쩌면 평생을 다녀야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병원 가는 것이 즐겁다.
두 시간 동안 두 분의 치료사가 온갖 운동을 다 시킨다.
30분 자전거 타기만 혼자서 하고 나머지는 치료사 지도하게 근력운동도 하고
울퉁불퉁한 길 에서 균형 잡기, 심지어 우산 쓰고 밖에 나가서 걷는 연습까지 한다.
아들이 말한다.
이 시간에 걷는 사람중에서 엄마가 제일 허리를 쫙 편다고.
치료사 없이 걸어도 늘 머릿속을 맴도는 말, 허리 펴라, 무릎 펴라, 배 집어넣어라
시선 멀리 두라, 어깨는 올리지 말고.... 이제는 나의 노래가 되어 버렸다.
이제 대중교통 타는 연습도 해야 하는데 버스는 아직도 무섭다.
타서 앉기도 전에 슬슬 움직이고, 내릴 때도 다 내리기도 전에 슬슬 움직이는데 그걸
용감하게 올라탈 수 있어야 내 재활도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데 말이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