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날, 해프닝으로 시작
6시 반쯤 되었을까?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요양보호사로 부터 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지금 재난문자를 받고 사이렌이 크게 울려서 깼는데 대피할 준비 하라네요 다.
전쟁 났니? 하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요다.
여기 안 오는 건 아무 상관없으니 알아서 잘하라 해놓고는 나도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아 한 동안 멍하니 있다가 아들을
깨워서 얘길 했더니 들은 척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TV를 켰다. 대피하라는 재난문자는 오발송이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아들 왈, 거 봐요. 호들갑 떨 것 없다니까요 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갑론을박의 긴 얘기들이 인터넷을 달구지만 내가 여기서 이러쿵 저렇쿵 하지 않아도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니 생략하기로 하고.
5월도 오늘로 끝이다.
꽃구경 한번 못 가보고 보내버리는 봄이지만 별로 아쉽지는 않다.
하루하루 무탈하게 지냈다는 것에 감사할 뿐.
안양교도소 뒤쪽 빈 터에 양귀비꽃이 피었다.
꽃도 끝물인 데다 비가 온 뒤라서 군데군데 넘어져 버렸다.
그래도 꽃 길을 걸으니 아침에 황당했던 일도 말끔히 잊을 수 있고 기분이 좋다.
해제 뉴스를 듣고 요양보호사도 집에 왔기에 함께 걸었다.
초록의 나무가 있고 빨간 양귀비꽃이 있는 이 길을 걸으며 6월에는 내게
무슨 일이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희망사항은 덜 아프게 해 달라는 것뿐이다.
내일부터는 절기상으로 여름에 들어간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여름이 싫다.
그래서 지금부터 걱정이다. 어떻게 견뎌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