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피서를 갔다. 강원도쪽으로.
이번에는 숙소만 콘도로 예약을 해두고는 별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 보기로
했다. 솔직히 계획을 세우고 간다고 해서 지켜지지도 않고 언제나 현지에서
이정표를 보거나 안내문을 보고는 즉석에서 행선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차라리 무계획으로 떠나는게 나을것 같아서이다.
숙소는 정선과 영월의 산속에 있는 콘도, 바닷가 보다는 산속이 더 시원할것
같기도 하고 덜 번잡할것 같기도 해서였는데 어느새 그곳에는 소리소문도
없이 가을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강원도는 산간지역이 많다보니 수수농사를 많이 짓고 있었다.
수수가 알이 꽉차고 굵다.
보는 내 마음이 이렇게 흐뭇할진데 농사를 손수 지으신 분의 마음은
얼마나 뿌듯할까?
이 수수밭은 강릉에서 정선으로 가면서 골지천을 지나칠때 본 밭이다.
요즘은 쌀보다 잡곡이 더 비싼 세월이 되었지만 우리 어릴적의 잡곡은
귀한 쌀 아끼느라 먹는 일종의 구황식품이었다. 수수도 마찬가지였고.
추수하고 난 후 수숫대로 우리는 안경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공작시간에
재료로도 많이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수숫대가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겠다.
수수 알갱이가 아주 실한게 보기에도 넉넉하다.
많이 수확해서 좋은값으로 팔렸으면 좋겠다.
해바라기도 알이 영글기 시작한다.
허난설헌 생가 마당에 피어 있던 해바라기다.
무궁화도 간간히 길에서 볼 수 있었다. 좀 더 많이 심었으면 좋으련만...
어느새 강원도 들판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기 시작하고 있다.
배추가 요즘 수확기라고 한다. 이 배추를 뽑고 김장용배추를 심는 모양이다.
이곳은 숙소로 정한 영월의 콘도이다. 나무들이 가을냄새를 솔솔
풍기고 있다.
여름나무 하고는 색깔이 많이 다르다.
덥다덥다 했드니 어느새 성큼 가을의 문턱에 들어 선 풍경이다.
영월의 국도변에서 만난 사과밭, 먹음직스럽게 익었는데 주인을 찾을수가
없어서 사진만 몇장 찍었다. 사실은 좀 사고 싶었거든.
옛날 사과나무는 키가 컸는데 요즘 사과나무는 아이들도 딸 수 있을 정도로
나즈막한데도 사과가 아주 많이 열린게 볼수록 신기하다.
달고 맛있을것 같은데 아쉽다.
고추잠자리도 보이고
꽈리도 봤다. 어릴적 잘 익은 꽈리를 손으로 조물조물 만져서 말랑말랑 해
지면 작은 구멍을 내고 속을 다 빨아먹고는 빈껍질을 꽈드득 꽈드득하고
불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꽈리부는것도 모를거다. 아마.
호박도 박도 다 익었고 마당에는 붉은 고추를 말리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아무리 절기상으로는 9월부터 가을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더운데
들판은 이렇게 가을풍경으로 바뀌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명색이 피서라고 가서 가을속에 푹 빠져 버렸으니....
강원도는 확실히 서울과는 많이 달랐다.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시원해서
좋았다. 바다는 바라만 보고 들어 가 보지도 않은채 돌아 왔지만 섭섭하지도
않았고, 달리면서 바라 본 가을풍경이 그저 즐겁기만 했다 |